싱하이밍 발언, 양국정부 공감대에도 안맞아…"당국간 소통 계기돼야"
개선 모멘텀 탐색하던 한중관계, 싱하이밍 발언에 또 '흔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회동 발언이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한중관계에 또다시 잡음을 빚고 있다.

최근 한중 양국은 조심스럽게 갈등 관리와 고위급 대화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는 듯했지만, 악재가 잇따르며 좀처럼 관계를 반등시킬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싱 대사가 지난 8일 성북구 중국대사 관저에서 이재명 대표와 만찬 회동을 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미 밀착 기조를 겨냥한 공격적 발언을 쏟아낸 것은 국내에서 큰 파장을 낳았고 대중국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교당국끼리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비공개 협의도 아니고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공개적 자리에서 야당 대표를 만나 한 얘기였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 커졌다.

주재국과 공감대를 넓히고 우호를 강화하는 것이 기본 역할인 외교사절이 오히려 이견을 증폭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강하게 대응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다음 날 싱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 "외교사절의 본분에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대사의 역할은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지 오해를 확산하면 안 된다"며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도 나름대로 맞대응을 내놨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대변인 문답 형식의 글을 올려 "싱 대사가 한국 정부와 정당, 사회 각계각층과 폭넓게 접촉해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소개하는 것은 그 직무 범위 안에 있다"고 그를 보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이어 11일에는 눙룽 외교부 부장조리가 지난 10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한국 측의 '부당한 반응'에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했다는 사실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나섰다.

정 대사는 싱 대사 발언에 거듭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엄중한 항의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 대사의 이번 발언 내용이나 형식은 한중관계에 대한 중국 본국의 방침과 결이 다르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한중 양국 정부 간에는 이견이 있더라도 관계를 잘 풀어나가자는 원칙적 공감대가 있는데 여기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진 장관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중 양국은 고위급 교류와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며 "긴밀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다양한 수준에서 교류를 재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관계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있음에도 이번 발언을 두고 한중 외교당국이 서로 공식 항의를 주고받는 상황까지 연출됐다는 점이다.

관계 '재조정' 국면에서 여전히 구체적 접점을 찾지 못하고 불안정성이 이어지고 있는 양국의 현실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은 한중관계가 악화한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지 않다며 한국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정책에 노골적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기도 하다.

다만 양국이 여전히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이번 논란의 파장이 더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고 상황을 관리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재호 대사가 눙룽 부장조리를 만난 자리에서 한중 양측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한중 간 더욱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주목된다.

한국외대 강준영 교수는 이번 논란이 양국 소통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 교수는 "중국도 한국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지만 말고 한국의 관심 사항을 배려하는 작업을 물밑에서라도 해야 한국에게도 외교적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