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국회 대기'도 최소화
2030 공무원 65% '기회되면 이직'…탈공무원 가속화에 방안 마련
집중휴가 도입하고 보고서 줄이고…원희룡 장관의 실험
국토교통부가 여름·겨울 공무원 집중휴가를 도입하고, 회의만을 위한 보고서 작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민간과 비교해 낮은 연봉, 경직된 공직 문화, 국회 권력이 커진 데 따른 독립성 저하 등으로 공직을 떠나는 공무원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조직문화부터 바꿔보자는 처방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내놨다.

11일 국토부에 따르면 원 장관은 최근 "일하는 방식을 국토부가 먼저 적극적으로 바꿔보자"면서 공무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주어진 휴가를 다 쓸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하계·동계 휴가를 각각 5일 이상 붙여서 쓰는 집중휴가를 도입한다.

국토부는 이미 6∼8월과 12월을 집중휴가 기간으로 정하고 있지만 말뿐이다.

직원들의 평균 휴가 사용일은 지난해 6∼8월 2.02일, 12월 2.24일에 그쳤다.

한 국토부 사무관은 "공무원이 된 이후 한 번도 휴가를 5일 연속으로 써본 적이 없다"며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다들 놀란다"고 말했다.

그는 "쓰지 말라는 사람은 없지만 아직까지 휴가를 5일 붙여 쓰거나, 주어진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하는 건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현실이 이렇기에 '용자'가 돼 휴가를 길게 내고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부 내에 파다하게 소문이 나기도 한다.

윗사람이 휴가를 가지 않으면 부하직원의 휴가도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원 장관은 예년보다 이른 여름휴가를 떠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집중휴가 도입하고 보고서 줄이고…원희룡 장관의 실험
국토부는 업무강도가 센 편이라 20∼30대 사무관들 사이에선 '중국산고기'로 분류된다.

기피 부서로 꼽히는 중소벤처기업부, 국토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국토부가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집중휴가와 함께 검토하는 방안은 국회 대기 및 보고서 축소다.

공무원들이 피로도가 높다고 꼽는 업무 중 하나가 국회 대기다.

국회로부터 질의서가 넘어오는 것을 밤늦게까지 기다리고, 질의서가 온 뒤엔 답변을 준비하느라 새벽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잦다.

국토부는 현안이 있는 부서가 아니라면 최소 인력만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전화와 근거리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근무 체계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또 보고서는 꼭 필요할 때만 쓰는 문화를 만들기로 했다.

매일 아침 장관이 주재하는 실·국장 회의부터 '보고서 없는 회의'로 만든다.

국토부 관계자는 "형식적인 일은 싹 걷어내자는 게 기본 방향"이라며 "형식적인 보고서를 쓸 시간에 전문가를 만나 견문을 넓히라는 게 장관의 뜻"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사기 진작 방안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본 뒤 추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선언적 조직문화 개선을 넘어서 현장에 잘 정착시키는 게 관건으로 보인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지난해 공직생활 실태조사 결과 '기회가 된다면 이직하겠다'고 답한 공무원은 2020년 31.0%, 2021년 33.5%에서 지난해 45.2%로 한 해 동안 11.7%포인트나 늘었다.

공직생활실태 조사가 실시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현상을 주도한 집단은 20∼30대면서 대졸 이상, 재직 기간이 5년 이하인 6∼9급 공무원이었다.

이들 집단에서 이직 의향은 65.3%로, 전체 응답자보다 20.1%포인트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답변을 연령별로 분류했을 때도 이직 의향은 20대(61.3%)와 30대(58.9%)에서 두드러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