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과 빌라가 밀집한 화곡동 전경./한국경제신문
오피스텔과 빌라가 밀집한 화곡동 전경./한국경제신문
우리나라 주거정책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주거사다리’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혹자는 주거사다리보다 주거안전판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이 또한 주거복지정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주거안전판은 주거급여나 공공임대주택 등을 통해 주거사다리 정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복지정책에 초점이 맞줘졌습니다. 사회초년생들이 취업을 하고 최소한의 보증금으로 월세로 독립하고, 월세에서 더 큰 종자돈을 모아 전세로 이동하고, 안정적인 전세집에서 대출로 자가로 넘어가는 ‘주거사다리’야 말로 꼭 필요합니다. 주택은 자산으로의 성향도 있지만 기본적인 생활인프라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비해 주거사다리가 더 필요한 이유는 높아진 주택가격 때문입니다. KB국민은행에 의하면 올해 5월을 기준으로 서울시 평균 전세가격은 연립 2억2500만원, 아파트는 5억7000만원입니다. 평균 매매가격은 연립 3억2900만원, 아파트 무려 11억8400만원입니다. 연봉은 얼마 오르지 않았으나 주택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은 갈수록 멀어집니다. 주택금융도 큰 문제입니다. 담보인정비율(LTV)의 80~90%를 빌려주는 외국과 다르게 40% 수준에 그치는 대출로는 주거사다리를 밟기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따라서 월세에서 전세, 그리고 전세에서 자가로의 이동을 지원하는 주거사다리는 필수적입니다.

안타깝게도 주거사다리를 대표하는 전세임대차 계약이 위험합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이 갑자기 전세사기로 바뀌면서 전세가 적폐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전세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월세에서 전세로의 귀환이 늘어났지만 전세임대차에 대한 인식은 많이 나빠졌습니다. 대출금리와 전월세전환율을 비교해서 전세와 월세를 선택하면 되겠지만 전세는 월세와는 다르게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사다리로의 역할이 큽니다. 전세에서 자가로 이동하는 주택수요자는 50%가 넘는데 반해, 월세에서 자가로 이동하는 주택수요자는 10%가 되지 않습니다. 이미 전세 거주비율은 떨어지면서 월세 거주비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세수요를 줄이는 사회적 현상은 전세 종말에 대한 우려를 더 크게 만듭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빌라로 통칭되는 연립주택에 대한 인식도 말이 아닙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이 비아파트 상품에 많이 나타나면서 비아파트의 대표 상품인 연립주택 또한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거주자들이 전국에서 3번째로 낮은 서울의 경우 연립주택은 주거사다리로의 역할을 지금까지 충실히 이행해왔습니다.

연립주택이나 오피스텔이 없다면 높아진 주거사다리로 인해 내 집 마련은 엄두를 내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아파트에 바로 입주할 수 없는 주택수요자들은 그동안 연립주택을 징검다리 삼아 내 집 마련을 이뤘습니다. 이전 정부의 잘못된 임대차3법으로 전세난과 역전세난이 번갈아 일어나면서 연립주택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습니다.

주택금융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사다리는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사회 인프라입니다. 월세에서 전세, 전세에서 다시 자가로 이동하는 임대차 방식과 원룸에서 연립, 연립에서 아파트로 넘어가는 상품은 보유한 자산이 많지 않은 사회초년생들에게는 구원의 동아줄입니다. 이 동아줄이 튼튼할 수 있도록 시장에 기반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2022년 8월에 발표한 주택공급 방안에 주거사다리 복원 정책도 담겼습니다만 이는 정확하게는 주거안전판 강화 정책입니다. 주거사다리에 다리를 올려놓기도 힘든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의 성향이 강합니다. 진정한 주거사다리 정책을 위해서는 내 집 마련에 도전하는 최초주택구입자 뿐만 아니라 주거선호지역이나 더 좋은 주거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에 대한 정책도 필요합니다. 갈아타기 수요도 주거사다리 복원의 주요 대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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