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대리점서 은행업무 본다…금융위, 은행대리업 도입 검토
금융당국이 은행 이외의 제3자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은행대리업 도입을 추진한다. 금융회사가 위탁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11차 실무작업반'을 열고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고 8일 밝혔다.

은행대리업은 말 그대로 예·적금 계좌 개설과 대출 등 은행 업무를 은행 이외의 제3자가 대리하는 것을 말한다.

당국이 은행대리업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최근 은행들이 점포를 연달아 폐쇄하면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1995년 이후 15년간 은행 점포 수를 35% 감축한 일본은 2002년부터 은행대리업을 도입한 바 있다.

국내에도 은행대리업이 도입되면 우체국, 증권·보험사 지점 등 은행이 아닌 곳에서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일본 유초은행은 약 3000여개 우체국을 은행대리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다이아증권은 그룹 계열사인 인터넷전문은행 업무를 증권 지점에서 대리 수행하고 있다.

은행대리업이 도입되면 은행권 공동대리점 설립도 확대될 전망이다. 은행권이 공동 출자해 도서·산간지역에 대리점을 세우는 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대리업에 대해서도 은행업과 동일하게 인가제로 운영할 방침이다.

여러 은행의 업무를 한 곳에서 대리할 수 있도록 1사 전속주의 적용도 배제하기로 했다. 보험대리점(GA)이 여러 보험회사의 상품을 취급하는 것처럼 하나의 대리점에서 복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의 업무위탁 범위도 확대된다. 현재 은행들은 여·수신 등 본질적 업무의 외부 위탁이 금지돼 있다.

문제는 본질적 업무의 범위가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어 IT(정보기술) 기업과의 협업 등에 제약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금융위는 △내부통제 업무만 위탁 가능 업무에서 제외하는 안(1안)과 △본질적 업무를 핵심·비핵심요소로 분류하고 비핵심요소만 위탁을 허용하는 안(2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2안은 대출업무 가운데 금리·한도 산정, 대출 승인 등 핵심요소에 대해선 위탁할 수 없게 하는 식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 모두 업무위탁 범위 확대에 관심이 크다”며 “예를 들어 네이버파이낸셜과 하나은행이 제휴를 맺고 출시한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이 현재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받아 운영 중인데, 업무위탁 범위를 확대하면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 간 협업이 보다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무 위탁이 소수 위탁자로 집중·과점되는 경우에는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이를 보완하는 내용도 살펴볼 방침이다. 강 과장은 “위탁자인 금융회사가 수탁자를 간접 통제하도록 해 금융회사의 관리·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오는 3분기까지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방안은 금융산업 내 플레이어 간 협업을 강화해 은행권 내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라며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소홀함이 없도록 준비해나가겠다”고 했다.


서형교기자 seogyo@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