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마지막 타석에서 송대현에게 먼저 나서서 타석 양보
캡틴 오지환의 신인 향한 배려…"네가 타석 들어갈래?"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가 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무려 16경기 만에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에 성공한 프로야구 LG 트윈스 주장 오지환(33)의 눈길에 신인 내야수 송대현(23)이 들어왔다.

입단하고 나서 '오지환 선배가 본보기'라고 말했던 송대현에게 다가간 오지환은 "네가 타석에 들어갈래?"라고 물어봤다.

후배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오랜만에 돌아온 타격감을 이어가고 싶었던 오지환은 후배에게 타석을 양보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오지환은 이날 키움전에서 4타수 2안타에 4타점을 쓸어 담는 활약으로 팀의 9-1 승리를 이끌었다.

오지환의 마지막 타순이 돌아온 것은 9회 초다.

2사 3루에서 바로 앞 타순의 문보경이 중전 안타로 출루하자 오지환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왔지만, 송대현이 대타로 등장해 삼진으로 물러나며 LG의 이날 공격이 끝났다.

캡틴 오지환의 신인 향한 배려…"네가 타석 들어갈래?"
경기 후 오지환은 "사실 저만 생각하면 제가 치고 싶었다.

그렇지만 점수 차가 많이 나면 사실 (신인) 친구들도 한 경기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서 "그래서 (송)대현이에게 타석에 들어가고 싶냐고 물어봤고, 그렇다고 하기에 양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막 프로에 데뷔한 선수들은 점수가 크게 벌어진 경기 막판에야 출전 기회를 얻는다.

오지환은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발돋움했지만, 벌써 10년도 훨씬 흘러간 한 타석이 소중하던 신인 시절을 잊지 않았다.

보통 대타 기용은 코치진이 결정한다.

송대현은 9회 말 오지환을 대신해 유격수 대수비로 출전하기로 되어 있었음에도, 오지환은 직접 코치를 찾아가 자기 대신 송대현을 타석에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신일고와 동국대를 졸업하고 올해 8라운드 지명을 받아 LG에 입단한 송대현은 오지환 덕분에 1군에서 세 번째 타석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비록 데뷔 첫 안타는 때리지 못했어도, 꿈에 그리던 LG 주전 선수로 향하는 돌계단을 하나 더 쌓았다.

오지환의 시선은 이날 데뷔 첫 선발로 출전한 포수 김범석(19)에게도 닿았다.

캡틴 오지환의 신인 향한 배려…"네가 타석 들어갈래?"
올해 LG의 1라운드 지명 선수이자 거포 유망주인 김범석은 9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에 볼넷 1개, 희생플라이로 데뷔 첫 타점을 냈다.

오지환은 "경기 전에 몸 풀 때 (김)범석이가 '너무 긴장된다'고 해서 '형도 그런 감정을 느꼈던 데뷔전이 있었다.

긴장하는 마음은 어느 정도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팀에서 네게 바라는 것도 과감하게 스윙하는 모습일 것이다.

결과가 안 나오더라도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거니 자신 있게 돌려'라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오지환의 조언대로 김범석은 거침없는 풀스윙으로 키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며 LG 타선의 미래다운 면모를 뽐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