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카 공략"…SK시그넷, 美서 전기차 충전기 양산 시동
미국내 최초 400㎾급 고성능 충전기 제조시설…내달부터 본격 생산
15분만에 전기차 80% 완충…美정부 보조금수혜로 경쟁서 유리한 고지
[고침] 국제("바이 아메리카 공략"…SK시그넷, 美서 전기…)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제조업체 SK시그넷이 미국산 제품에만 혜택을 주는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에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SK시그넷은 5일(현지시간) 오전 텍사스주 플레이노시에서 미국 내 첫 생산 공장 준공식을 열고, 내달부터 고성능 제품을 양산해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고 밝혔다.

SK시그넷은 SK㈜가 2021년 3월 약 2천900억원을 투자해 시그넷EV를 인수한 뒤 사명을 바꾼 회사다.

2016년 설립된 시그넷EV는 350㎾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해 2018년 세계 최초로 미국 인증을 획득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SK가 인수할 당시에도 미국 내 초급속 충전기 시장에서 이미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였다.

SK에 인수된 이후 대기업의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성장에 탄력을 받았고, 지난해 10월 이사회에서 초기 1천500만달러(약 200억원)를 투입해 미국 내 생산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완공된 SK시그넷 텍사스 공장(SK Signet Manufacturing Texas, SSMT)은 총 5만727㎡(1만5천345평) 넓이의 부지에 건물만 1만2천694㎡(3천840평) 규모로 지어졌다.

연간 총 1만기의 초급속 충전기를 양산할 수 있는 설비다.

SK시그넷의 국내 공장 생산 규모도 연간 1만기 정도로, 텍사스 공장의 생산량을 더하면 연간 총 2만기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텍사스 공장에서는 특히 기존 제품보다 한 차원 성능을 높인 V2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V2는 단일 포트에서 최대 400㎾까지 출력이 가능한 초급속 충전기로, 미국 내 경쟁사 가운데 이 정도의 고출력 충전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아직 없다.

V2 충전기로 현대차 아이오닉5를 충전하면 15분 만에 80%까지 완충할 수 있다.

전기차는 급속 충전으로 전체 용량의 80%를 넘기면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완속 모드로 자동 전환돼, 초급속 충전 시간은 통상 80%에 도달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V2의 전력 변환 장치인 파워캐비닛은 1기당 최대 600㎾까지 전력을 내보낼 수 있어 충전기(디스펜서) 2대를 연결하면 각 차량당 150㎾ 출력으로 4대까지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현재 시판되는 전기차들의 최대 충전 전력은 150∼350㎾ 범위에 있다.

V2는 오는 7월부터 텍사스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양산, 시판될 예정이다.

특히 텍사스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자국 내 생산 제품에 보조금 등 특혜를 주는 미국 정부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게 돼 현지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미 정부는 지난해 11월 1조2천억달러(약 1천57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 Formula Program, 이하 NEVI)을 발표했는데, 이는 5년 동안 50억달러(약 6조5천4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고속도로 50마일(80㎞)마다 초고속 충전소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또 지역의 공공 도로나 공원 등에 충전소를 구축하는 사업에도 5년간 25억달러(약 3조2천600억원)의 정부 예산이 배정돼 있다.

보조금은 충전소운영사업자(CPO)에게 지급되지만, 해당 요건에 맞는 충전기를 설치할 때만 보조금이 지급되므로 CPO들이 충전기를 공급할 제조업체를 선정할 때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보조금 적용 대상이 되는 충전기는 기본적으로 '바이 아메리카'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미국 내에서 최종 조립할 뿐만 아니라 미국산 철강을 사용해 외함(케이스)을 제작하고 내년 7월부터는 충전기에 들어가는 부품의 55% 이상을 미국산으로 써야 하는 기준을 맞춰야 한다.

SK시그넷은 이미 미국 협력업체와 지난해부터 미국산 철강을 사용한 외함 제품 생산을 준비해온 덕에 미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는 데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백악관은 지난해 2월 전기차 충전기에 적용하는 '바이 아메리카' 세부 기준 발표 당시 이런 정책이 민간 기업의 미국 내 생산을 촉진하고 있다면서 그 사례로 SK시그넷의 텍사스 공장 건립을 꼽기도 했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이날 공장 준공식에서 "SK시그넷의 새로운 미국 공장이 문을 열게 되면서 미국의 경제와 교통에 훨씬 더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텍사스와 미국 전역에서 상호 이익을 위한, 더 높은 수준의 파트너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