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문학계 아인슈타인'의 질문…인간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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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서의 이유 있는 고전
토마스 만 <마의 산>
토마스 만 <마의 산>
“토마스 만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문학계의 아인슈타인과 같다.”
지난달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한 불가리아 소설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말이다. 그는 수상작 <타임 셸터>에 영감을 준 작품 중 하나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 대표 소설가·비평가 만의 장편소설 <마의 산>을 꼽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속 주인공 와타나베도 사랑한 책이다.
1924년 발표된 이 작품은 내년이면 출간 100주년을 맞는다. 스위스 고산지대가 배경인 <마의 산>에 함께 올라볼까. 소설은 한여름 스물세 살인 독일 청년 한스 카스토르프가 스위스 다보스로 여행을 떠나며 시작한다. 매년 초 세계적 기업인과 경제학자, 정치인들이 국제 현안을 논하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그 다보스다. 카스토르프는 폐결핵으로 다보스 국제 요양원 ‘베르크호프’에 머물고 있는 사촌 요아힘 침센을 만나려 길을 떠난다. 3주로 예정했던 여행은 7년간의 요양이 돼 버린다. 카스토르프도 폐결핵 증세를 보여 침센과 함께 요양생활을 하게 돼서다.
머무는 공간이 달라지면 삶의 태도도 변한다. 카스토르프는 요양원에서 자꾸 죽음을 생각한다. 건장한 20대 청년이 삶과 죽음을 고민하기는 쉽지 않지만, 요양원은 죽음이 공기처럼 떠다니는 곳이다.
소설은 죽음과 삶, 사랑의 관계를 끊임없이 탐구한다. “아! 사랑이란… 육체, 사랑, 죽음 이 셋은 원래 하나야.” 이렇듯 죽음의 세계를 동경하던 카스토르프는 스키를 타다가 눈 속에 조난되는 경험을 한 뒤에 태도를 바꾼다. “사랑은 죽음에 대립하고 있으며, 이성이 아니라 사랑만이 죽음보다 강한 것이다. (…) 인간은 착한 마음씨와 사랑을 위해 자신의 생각에 대한 지배권을 죽음에 넘겨줘서는 안 된다.”
죽음의 공포를 알게 된 인간은 사랑을 노래한다. 육체가 사라졌을 때 우리를 증언하는 건 오직 우리가 사랑한, 우리를 사랑한 사람들뿐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죽음의 공간에서 거꾸로 삶의 중요성을 깨닫는 이 소설은 일종의 성장 소설처럼 읽힌다.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카스토르프가 산에서 내려와 참전하는 걸로 끝맺는다. 착검한 총을 든 채 포화 속을 걷던 그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가지에 새겨 놓았노라, 수많은 사랑의 말을.” 죽음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요양원에서 내려와 향한 곳이 죽음이 도처에 널린 전쟁터라는 건 아이러니다. 소설은 이런 아이러니를 반복하며 인간에게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자꾸 고민하게 한다.
소설이자 철학서다. 계몽주의자 세템브리니, 중세적 세계관을 지닌 나프타, 삶의 역동성을 긍정하는 페퍼코른 등의 논쟁은 쇼펜하우어, 프로이트, 니체의 철학을 소환한다.
시간은 죽음과 뗄 수 없는 관계로, 작품의 주제 중 하나다. “측정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균등하게 흘러가야 해. 시간이 균등하게 흘러간다고 대체 어디에 쓰여 있단 말이야? 우리의 의식으로는 그렇지 않아. 그렇다고 가정하는 것은 단지 질서 때문이지. 우리의 시간 단위는 단지 약속에 불과한 거야.” 카스토르프의 이런 말들은 토마스 만이 ‘문학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지난달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한 불가리아 소설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말이다. 그는 수상작 <타임 셸터>에 영감을 준 작품 중 하나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 대표 소설가·비평가 만의 장편소설 <마의 산>을 꼽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속 주인공 와타나베도 사랑한 책이다.
1924년 발표된 이 작품은 내년이면 출간 100주년을 맞는다. 스위스 고산지대가 배경인 <마의 산>에 함께 올라볼까. 소설은 한여름 스물세 살인 독일 청년 한스 카스토르프가 스위스 다보스로 여행을 떠나며 시작한다. 매년 초 세계적 기업인과 경제학자, 정치인들이 국제 현안을 논하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그 다보스다. 카스토르프는 폐결핵으로 다보스 국제 요양원 ‘베르크호프’에 머물고 있는 사촌 요아힘 침센을 만나려 길을 떠난다. 3주로 예정했던 여행은 7년간의 요양이 돼 버린다. 카스토르프도 폐결핵 증세를 보여 침센과 함께 요양생활을 하게 돼서다.
머무는 공간이 달라지면 삶의 태도도 변한다. 카스토르프는 요양원에서 자꾸 죽음을 생각한다. 건장한 20대 청년이 삶과 죽음을 고민하기는 쉽지 않지만, 요양원은 죽음이 공기처럼 떠다니는 곳이다.
소설은 죽음과 삶, 사랑의 관계를 끊임없이 탐구한다. “아! 사랑이란… 육체, 사랑, 죽음 이 셋은 원래 하나야.” 이렇듯 죽음의 세계를 동경하던 카스토르프는 스키를 타다가 눈 속에 조난되는 경험을 한 뒤에 태도를 바꾼다. “사랑은 죽음에 대립하고 있으며, 이성이 아니라 사랑만이 죽음보다 강한 것이다. (…) 인간은 착한 마음씨와 사랑을 위해 자신의 생각에 대한 지배권을 죽음에 넘겨줘서는 안 된다.”
죽음의 공포를 알게 된 인간은 사랑을 노래한다. 육체가 사라졌을 때 우리를 증언하는 건 오직 우리가 사랑한, 우리를 사랑한 사람들뿐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죽음의 공간에서 거꾸로 삶의 중요성을 깨닫는 이 소설은 일종의 성장 소설처럼 읽힌다.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카스토르프가 산에서 내려와 참전하는 걸로 끝맺는다. 착검한 총을 든 채 포화 속을 걷던 그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가지에 새겨 놓았노라, 수많은 사랑의 말을.” 죽음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요양원에서 내려와 향한 곳이 죽음이 도처에 널린 전쟁터라는 건 아이러니다. 소설은 이런 아이러니를 반복하며 인간에게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자꾸 고민하게 한다.
소설이자 철학서다. 계몽주의자 세템브리니, 중세적 세계관을 지닌 나프타, 삶의 역동성을 긍정하는 페퍼코른 등의 논쟁은 쇼펜하우어, 프로이트, 니체의 철학을 소환한다.
시간은 죽음과 뗄 수 없는 관계로, 작품의 주제 중 하나다. “측정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균등하게 흘러가야 해. 시간이 균등하게 흘러간다고 대체 어디에 쓰여 있단 말이야? 우리의 의식으로는 그렇지 않아. 그렇다고 가정하는 것은 단지 질서 때문이지. 우리의 시간 단위는 단지 약속에 불과한 거야.” 카스토르프의 이런 말들은 토마스 만이 ‘문학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