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대사 "유럽, 안보 제공자 될수있어"…인니대사 "어떤 나라도 배제 안돼"
인·태 외교관들이 본 지역협력…한 "비확산 규범 강화에 기여"
오늘날 국제질서 판도를 좌우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국 고위 외교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역내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1일 오전 열린 제주포럼 '인도·태평양 지역의 글로벌 협력 확대' 세션에서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을 비롯해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 대사,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아밋 쿠마르 주한 인도 대사가 자리를 함께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 차관은 "두 개의 대양에 걸친 광활한 지역인 인도태평양은 국제적 협력과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며 "한국은 인태 국가로서 이 지역의 규칙기반 질서로부터 지대한 혜택을 누렸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말 한국이 발표한 첫 인태전략이 "전 세계 국가들, 특히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로부터 따뜻한 지지를 받았다"며 "이는 한국의 국제적 기여에 대한 높아진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한국이 인태지역에서 기여할 분야로 역내 디지털 격차 해소를 먼저 꼽고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에 대응해 신흥기술에 대한 국제 규범 구축에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과학기술 부문에서 호혜적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차관은 "인태 지역에서 비확산 규범 강화에 활발하게 기여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규탄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지가 북한의 핵 야욕보다 크다는 것을 명백히 밝힌다"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인태 지역의 비확산 체제에 분명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태 외교관들이 본 지역협력…한 "비확산 규범 강화에 기여"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EU 대사는 유럽 교역량의 다수가 인태 지역을 지나는 점 등을 거론하며 "이 지역의 안정과 항행의 자유, 개방성과 규칙기반 질서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최근 미중 경쟁 등에 따라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한 인태 지역에 적극 관여를 확대해 왔으며, 유럽과 인태 안보의 연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대사는 "우리는 서로의 안보에 분명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한반도와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 "유럽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전세계적으로 안보 환경이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법치주의 체계와 다자주의가 훼손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한국에서 열린 한·EU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안보 파트너십' 강화를 논의한 것 등을 거론하며, 유럽이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의 제공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간디 인도네시아 대사는 '포용성'을 강조하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관점을 제시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이기도 하다.

그는 "인태지역은 반드시 포용적이어야 한다"며 "어떤 국가도 소외되거나 배제돼선 안 되고 작은 국가의 국익도 중요시돼야 한다.

어떤 국가도 지배적 위치를 가지거나 지배하에 놓여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인태 지역에서 포용적 구조를 만드는 것은 불신을 완화하고 공개적 충돌로 이어질 오판을 막을 수 있다.

아세안이 여기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아세안은 역내에서 경쟁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할 정직한 중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마르 인도 대사는 "인태 지역 내 각국의 요구와 방향을 경청해 협력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며 협치적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