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엔진 기반 제작한 신형엔진에 문제…점화 안돼 추력 잃어
전문가 "지상연소시험 불충분"…'ICBM 기술력 불안' 재확인 평가도
툭하면 쏴대던 ICBM인데…우주발사체 '2단 추진체' 결함 의문(종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추진체(로켓) 단 분리 등 장거리 로켓 기술을 과시했던 북한이 31일 우주발사체 2단 점화에 실패하면서 의문이 제기된다.

가깝게는 지난 3월 ICBM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면서 조선중앙TV를 통해 1단, 2단 추진체가 정상적으로 분리되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보여주며 기술력을 자랑했는데, 이날 어이없게도 발사체 단 분리 후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해서다.

이 때문에 북한이 '만리경 1호'로 이름 붙인 군사용 정찰위성은 우주까지 비행해 날개를 펴보지도 못하고 공중 폭발했거나 그대로 바다에 추락하고 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2년과 2016년 액체 연료의 장거리 로켓을 이용해 비록 지금 정상 기능을 발휘하진 못하지만 위성체를 궤도에 올려놓은 바 있다.

따라서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기술력으로 볼 때 우주발사체 성패보다는 발사체에 탑재된 '위성'이 정상적으로 기능할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는데, 발사체 이상으로 로켓이 추락한 것이다.

다만 북한은 최근까지도 종종 ICBM 발사에서 실패한 바 있어, 아직 ICBM 기술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 거듭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의 우주발사체가 '비정상 비행' 끝에 서해상 추락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수거된 로켓 잔해를 정밀 분석하면 어디에서 결함이 생겼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발사체는 과거 발사했던 장거리 로켓 및 ICBM 엔진과 같은 액체 연료를 사용하지만, 훨씬 복잡한 구조로 제작됐을 것으로 군과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군 관계자는 "1단과 2단, 어떤 것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이번 북한 발사체 발사) 절차가 과거에 비해서는 좀 빨리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발사를 서두르다 보니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락 원인으로 1단 분리 후 2단이 점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엔진과 연료의 불완전성을 지목한 것에 주목한다.

북한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 사실을 신속하게 발표하면서 1단 분리 후 2단 발동기(엔진)의 시동(점화)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형발동기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북한 발표만 놓고 보면, 일단 우주발사체의 1단은 정상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서해 상공에서 분리된 1단은 관성에 의해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했다.

이후 2단 로켓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통상 1단 로켓은 강한 추력으로 우주발사체를 2단 로켓 분리 지점까지 비행시키면 제 역할을 다하고 분리된다.

이후 2단 로켓이 바로 점화되어 위성체를 탑재한 3단 부분을 대기권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

북한이 예고한 로켓 낙하지점을 토대로 분석하면 2단 로켓은 발사방위각 변경(kick turn)을 통해 방향 및 고도 제어를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위성체를 지구 궤도에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할 2단 로켓에서 장애가 생긴 것에 대해 북한은 신형 엔진체계의 불완전성과 연료 특성 불안정성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1단 분리 후 2단 로켓의 점화가 제대로 안 돼 로켓이 추진력을 잃고 바다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1단 엔진은 정상 작동 및 단 분리를 했고, 2단 엔진의 비정상 시동으로 인해 점화 및 연소 실패로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면서 "이에 따라 1단 추진체와 위성발사체 동체(2단, 3단 추진체 및 탑재 위성 포함)가 모두 예상 낙하지점 인근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단 로켓 엔진이 추력을 얻지 못해 방향 전환도 못 한 상태에서 1단 엔진의 관성으로 1단의 비행 방향으로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툭하면 쏴대던 ICBM인데…우주발사체 '2단 추진체' 결함 의문(종합)
북한이 이번에 정찰위성을 탑재해 쏜 우주발사체는 백두산 액체엔진을 기반으로 제작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북한은 옛 소련제 RD-250 트윈엔진(쌍둥이) 2세트(4개 엔진)를 모방해 백두산 액체엔진을 개발했다.

이번 발사체는 1단이 듀얼 체임버(Dual Chamber·쌍연소실)의 백두산 엔진(160t 규모), 2단은 단일 체임버 백두산 엔진(40t 규모), 3단은 보조로켓으로 사용했던 소형 액체엔진 2기(3t 규모)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엔진은 더 많은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해야 한다.

액체연료는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UDMH)과 사산화이질소(N2O4)가 주성분이다.

북한은 과거 우주발사체인 '은하 3호' 등의 산화제로 독성이 매우 강한 적연질산을 사용했다.

장기간 상온 보관이 장점인 적연질산은 부식성이 강해 로켓에 주입하면 1주일 이내에 발사해야 한다.

이런 단점 때문에 통상 우주발사체는 액체산소를 사용한다.

액체산소는 초저온 상태에서 보관해야 하는데 북한이 이런 시설을 완벽하게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만약에 이번에 액체산소를 사용했다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발사대 지하에 관련 시설을 새로 구축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엔진과 연료 특성을 장애 원인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 장 교수는 "이는 새로운 엔진의 연소 특성이 불안정하고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할 정도의 충분한 지상연소시험 등을 수행하지 못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봤다.

이어 "사용된 연료는 기존의 로켓 연료에 비해 성분에 대한 조성비를 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새로 제작한 발사체의 지상연소시험이 충분하지 못했고, 화성-17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했던 액체 연료와 다르게 연료 성분을 조정한 것이 화근이란 설명이다.

북한은 중량 200~300㎏으로 추정되는 위성체를 자신들이 주장한 바 있는 '태양동기극궤도'(위성 궤도면과 태양의 각도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궤도) 또는 '경사궤도'(적도에 대해 기울어진 채 운행하는 궤도)에 올리고자 기존 ICBM 발사체보다 추력이 강한 새로운 발사체를 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