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플랫폼·금융사 앱 가동 큰 문제 없어…일부 연결 오류는 발생
우대금리·쿠폰 통해 기존고객 단속·신규고객 유치 경쟁 시작
금리 제시 방식·과당경쟁 등 우려…사업자간 형평성 문제 제기도
'대출 갈아타기' 첫날 원활…금융사, 고객이탈 방지 채비에 분주
금융팀 = 스마트폰 앱을 통해 기존에 받은 신용대출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한 번에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본격 가동된 31일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서버 문제 등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대출 비교 플랫폼 앱(네이버페이, 뱅크샐러드, 카카오페이, 토스, 핀다 등)과 주요 금융회사 앱(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등에서 대출 갈아타기가 본격 시행됐다.

특히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는 기존에 받은 대출 금리 및 갈아탈 수 있는 여러 금융회사의 대출 상품을 한꺼번에 조회한 뒤, 유리한 조건의 대출 상품이 있다면 해당 금융회사 앱으로 이동해 새로운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대출 갈아타기' 첫날 원활…금융사, 고객이탈 방지 채비에 분주
◇ 신청 첫날부터 대환대출 발생…별다른 혼란 없어
이날 오전 10시께 대환대출 플랫폼 중 하나인 토스 앱에서 현재 보유한 A은행 대출을 조회했다.

A은행 대출금액과 금리 등의 조건이 나오고 앱 하단에는 '내 대출 X.X% 보다 더 싼 금리 있을까?'라는 문구와 확인하기 버튼이 보였다.

이를 누르자 별다른 지체 없이 심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토스 앱에서는 금리와 한도를 기준으로 각 금융사의 조건을 차례로 제시하면서 손쉽게 대출을 갈아탈 수 있도록 했다.

비슷한 시각 카카오페이 앱에서 대출을 조회한 결과도 비슷했다.

별다른 접속 지연 없이 빠른 속도로 조회가 가능했다.

다만 일부 플랫폼과 금융사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날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는 은행과 카드사, 저축은행 등 대부분 금융사들은 큰 문제 없이 신청 첫날부터 대환대출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플랫폼을 오픈한 9시부터 대환대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접속도 꾸준하다"면서 "전산장애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원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대환대출에 대한 홍보가 덜된 데다, 금융당국이 업체별로 신규 유치할 수 있는 신용대출 규모를 제한하면서 첫날부터 수요가 몰리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는 대환대출 서비스로 개별 금융회사가 신규 유치할 수 있는 신용대출 규모를 전년도 신규 신용대출 취급액의 10% 또는 4천억원 중 적은 금액으로 설정했다.

실제 금융위는 각 금융기관에 대환대출 관련 과당경쟁 자제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고객들이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면서 신청이 몰리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카드론이 비교적 고금리라 금리 비교가 제일 중요할 텐데, 현재는 대환대출 플랫폼에서 카드론이 다 조회되지 않고 7월 1일부터 가능한 만큼 향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출 갈아타기' 첫날 원활…금융사, 고객이탈 방지 채비에 분주
◇ "고객 이탈 막아라" 각 금융사 금리 인하 등 마케팅 시동
금융계에서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금융소비자가 여러 영업점을 방문하고 대출 실행까지 대기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여러 곳의 대출금리를 손쉽게 비교할 수 있어 소비자가 실질적인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연합회를 통해서 일괄적으로 공시되는 신용대출 금리보다 개인별로 적용되는 금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면서 "금융기관의 금리 인하 여부와 관계없이 가장 저렴한 금리를 찾을 수 있어서 소비자가 실질적인 금리 인하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고객에게 적용하는 금리가 사실상 공개되는 만큼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금리 마케팅을 시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대출비교 플랫폼(6월 21일 오픈 예정)과 대출이동 시스템에 동시 참여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신용대출 상품의 첫 달 이자 지원 및 리워드 제공 등의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플랫폼 도입 전부터 이탈이 우려되는 타깃 고객을 대상으로 2만원 상당의 금융쿠폰(예금전용 1만원, 적금전용 5천원, 외화 환전 5천원)을 발송하는 한편, 영업점을 대상으로 고객 이탈 방지 마케팅 지원 가이드를 제공했다.

하나은행은 대환대출 플랫폼 가동에 맞춰 전용 특화 상품 '하나원큐 신용대출 갈아타기'를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타금융기관 대출을 우리은행 대출로 신규 대환하는 경우 우수 신용등급 고객에게 최초 약정기간 대출금리 0.5%포인트(p) 추가 우대 혜택을 준비했다.

NH농협은행은 금리와 한도 등에서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는 대환대출 상품 개발을 검토하는 한편, 6월 중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과 쿠폰 증정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핀다 등 4개 플랫폼과 제휴한 JT저축은행은 네이버페이를 통해 유입된 고객에 대해 0.1%p 금리 인하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대출 갈아타기' 첫날 원활…금융사, 고객이탈 방지 채비에 분주
◇ "우대금리 제시 못 해 고객 뺏길 수도…출혈경쟁 우려"
금융사들은 시행 첫날 원활한 운영에도 불구하고 오픈 초기 당분간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1금융권과 저축은행, 여신전문사 등 50개가 넘는 금융사와 20개 넘는 플랫폼사가 참여하는 사업인 만큼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의 지침이나 규제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인해 대출 이동에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 대출이 DSR 규제를 충족하더라도 대출 이후 자산 및 부채 현황이 변동되면서 대환대출 시 DSR 규제 내에 들어가지 못하면 대환이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제시할 때 금융사별 우대금리를 빼도록 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금융사별로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금융당국은 대환대출 플랫폼에서는 우대금리를 제외한 '기준금리+가산금리' 형태로만 금리를 제시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우대금리가 최대한 적용한 산출금리를 보여주면 소비자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라며 "그러나 실제 주거래은행 등에서 우대금리를 적용받으면 대환대출 플랫폼에서 나오는 금리보다 더 저렴하게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 갈아타기' 첫날 원활…금융사, 고객이탈 방지 채비에 분주
기존 은행과 인터넷 은행, 전통 금융기관과 빅테크 간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환대출 비교 플랫폼의 경우 플랫폼(빅테크 등)이 '쇼핑몰' 역할을 하고 금융사는 '상품'(대출)을 입점하는 형태다.

금융사는 고객 개방뿐만 아니라 중개수수료까지 플랫폼에 지급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중개수수료 등으로 인한 금융사의 비용 증가는 대출금리 또는 타 수수료 조정으로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면서 "특히 상대적으로 대출 대환이 어려운 저신용자 등 금융취약계층에게 부담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환대출 플랫폼 등장으로 금리 경쟁이 격화되면 상대적인 금리경쟁력을 가진 인터넷은행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출에 따른 리스크 측면에서 보면 안 그래도 카드사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건전성 문제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빅테크나 신규 사업자들이 공격적으로 나올 경우 카드사 입장에서는 건전성 확보와 대출 영업 사이에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활성화될수록 은행권이 비대면 전용상품 등 플랫폼 경쟁에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고령층·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불이익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호경 박대한 임수정 채새롬 오지은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