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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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행위를 10초 안에 20회 이상 못하면 '경추척수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추척수증이란 목에 있는 척수(중추) 신경이 눌려 운동 신경, 반사의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뇌졸중이나 뇌출혈로 인해 발생하는 중풍과 증상이 상당히 유사해 '목 중풍'으로도 불린다. 경추척수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손과 발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강경중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젓가락질, 글씨 쓰기, 단추 채우기 등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보행 시 균형을 잡기 힘들어 자주 비틀거리거나 넘어지는 횟수가 잦다면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며 "발병 원인에는 목디스크가 있으며 이외에도 인대가 뼈로 바뀌는 후종인대골화증, 퇴행으로 인한 뼈가 자라는 골극, 드물게는 척수의 종양 등이 있다"고 밝혔다.

발병 초기에는 팔 저림, 목·어깨 통증 등이 나타나 단순 목디스크로 오인하기 쉽다. 병의 진행 단계에서는 팔의 감각과 운동 기능 저하, 마비감 등으로 중풍으로 오해할 소지도 있다. 손, 발의 마비감 등으로 뇌질환이 의심돼 신경과나 신경외과 등을 찾는 경우가 많으며,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확실한 구분법은 목 아래 부분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는지 보는 것이다. 강 교수는 "경추척수증은 신경이 압박되는 목 아래 부분에서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뇌경색, 파킨슨병 등 뇌와 연관된 신경질환들은 얼굴 등 목 윗부분에서도 동반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경추척수증의 진단은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정밀 검사와 전문의의 면밀한 진찰을 통해 내려진다. 또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경추 척수신경의 압박이 해결되지 않는다.

자가진단 방법으로는 '발 잇기 일자 보행'이다. 한쪽 발의 발가락과 다른 발의 뒤꿈치를 이어 붙이면서 일직선으로 걷는 방법이다. 열 걸음도 걷지 못하면 보행장애일 가능성이 있다.

강 교수는 "두 번째는 주먹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쥐었다 폈다를 반복해보는 것"이라며 "양손으로 10초에 20회 이상 시행할 수 없거나 점점 손가락을 펴는 속도가 느려지고 아예 펴지 못한다면 경추척수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신의 저림 증상이나 감각 이상 등의 증상, 갑작스러운 대소변 기능의 이상이 나타난다면 더욱 심각한 상태이므로 빠른 진료를 권한다"고 당부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