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숨진 4명 모두 정부 지원 안 받아…대책 실효성 지적도
전세사기특별법 통과 앞두고 사망자 발생…"예견된 비극"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인천에서 40대 피해자가 또다시 숨진 채 발견되자 피해자를 중심으로 특별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저리 대출과 피해주택의 경매 유예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당장의 보증금 반환이 시급한 피해자들에게는 실효성이 크지 않아 예견된 비극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전세사기 피해자 A씨의 집은 지난해 11월 22일 경매에 넘어갔다.

다만 그의 집은 아직 경매 기일이 잡히지 않았고 정부가 지난달부터 시행한 피해주택 경매 유예 대상에도 포함돼 이주가 시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2018년 6월 첫 전세 계약을 맺은 A씨 집에는 2017년 2월 지역 새마을금고가 채권최고액 1억1천544만원의 근저당을 먼저 설정한 상태였다.

A씨는 집이 경매에 낙찰돼도 보증금 6천500만원 가운데 소액임차인에 보장되는 최우선변제금 2천700만원만 받을 수 있었다.

이에 A씨는 지난달 25일 인천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에서 받은 상담에서도 '후순위 임차인인데 구제 방안이 있느냐'며 보증금 반환 관련 내용을 문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특별법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전세사기 피해 확인서를 발급받으면 저리 대출이나 긴급주거 중 하나를 지원하고 있지만 당시 A씨는 확인서는 받지 않았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월과 4월 미추홀구에서 잇따라 숨진 전세사기 피해자 3명도 모두 피해 확인서를 받지 않았거나 당시 확인서 발급 대상이 아니었던 상태였다.

정부는 당초 경매 절차가 끝나 피해가 확정돼야만 확인서를 발급해주다가 지난 3월 10일부터 보증금 피해가 확실하면 확인서를 주기로 기준을 완화했다.

이 같은 전세사기 피해 지원책의 저조한 이용률은 이전부터 계속 제기된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출시된 전세사기 피해자 저리 대출의 이용 실적은 지난달 19일 기준 8건에 불과했다.

집이 경매에 낙찰된 피해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긴급주거 임대주택도 현재 인천에 확보된 230여채 가운데 50채가량만 입주가 끝났거나 입주 대기 중인 상태다.

박순남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미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입주한 피해 세대가 많은 상황에서 아무리 저리여도 또 대출을 받는 것은 큰 부담"이라며 "피해자들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보증금 반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증금 전액이 어렵다면 그 20%에 불과한 최우선변제금만이라도 '선(先) 보상 후(後) 구상권 청구'를 해달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정책 실효성이 있었다면 피해자들이 왜 아무도 지원을 받지 않았겠느냐"고 강조했다.

인천에서는 앞서 지난 2월과 4월에도 일명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 B(61)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건축왕' 사건이 아닌 '빌라왕' 사건의 30대 피해자가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숨진 것까지 포함하면 전국의 전세사기 관련 사망자는 모두 5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