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한미 금리차에도 동결…'물가·환율 보다 경기가 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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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성장률 1.6%→1.4%로 낮춰…물가는 3%대로 둔화, 환율 급등도 없어
인하 전망은 엇갈려…"경기하강에 하반기 인하"vs"한미 금리차 등에 연내 어려워"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p)까지 벌어졌지만, 한국은행은 25일 추가 인상으로 차이를 좁히지 않고 동결을 선택했다.
현시점에서 내외 금리차에 따른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강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보다는 경기 침체의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 역성장·경상적자 공포…"금리 인상, 물가안정보다 경기위축 위험"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무엇보다 불안한 경기 상황이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0.3%)은 민간소비 덕에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고, 3월 경상수지도 국내기업 해외 현지법인의 배당에 기대 힘겹게 석 달 연속 적자를 모면했다.
하지만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4월(-26억2천만달러)까지 여전히 14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암울한 최신 경제지표와 기대보다 약하고 더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을 반영, 한은도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대다수 전문가도 앞서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며 금리 인상의 경기 위축 여파를 우려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무역수지 적자도 예상보다 오래갈 것 같다"며 "얼마 전까지 환율과 미국 금리 정책 등을 고려해 한은도 좀 더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했지만, 이처럼 경기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올릴 이유는 사라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소비 반등세도 미약하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이 물가 안정 효과보다는 경기 위축 위험을 더 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고금리가 소비, 투자, 주택가격 등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 반년에서 길게는 1년의 시차가 있다"며 "고금리 여파가 하반기부터 나타나면 소비 회복세는 지난해보다 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한미 금리차에도 환율 급등 없고 외국인 순매수…연준 6월 동결 가능성도
다행히 한은 금리 인상의 제1명분인 물가는 최근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은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인플레이션 수준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는데, 이런 경로에 큰 변화가 없다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한은은 1.75%p에 이르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도 '아직 견딜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3일(현지시간) 또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3.50%)과 미국(5.00∼5.25%)의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1.75%p로 벌어졌다.
1.75%p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연준 인상 후 20여일간 원/달러 환율은 한때 1천340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천320원대 안팎으로 떨어졌고, 외국인들은 오히려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연준의 6월 기준금리(정책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은 '역전 폭 확대'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토마스 라우바흐 연구 콘퍼런스 대담에서 "(긴축정책으로)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우리는 데이터와 전망을 보면서 신중한 평가를 할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연준이 다음 달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의 비율이 33%에서 13%로 줄었다.
◇ 경기 생각하면 낮춰야하지만 환율 등 잠재위험…"통화정책 환경 험난"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3연속 동결로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가 사실로 굳어지면서, 전문가들과 시장에선 연내 인하 전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미 8월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에는 경기 우려가 더 커질 텐데,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경기 침체에 대한 선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은도 이르면 8월부터 0.25%p 인하를 통해 현재 과도하게 긴축적인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10∼11월께 한은이 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이라며 "다만 그 시점에서 미국 연준이 아직 금리를 내리지 않았을 테니, 미국 눈치를 보고 천천히 내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안 선임연구원도 "경기 하강,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와 함께 올해 4분기부터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 등에 여전히 불안한 물가, 사상 최대 수준인 한·미 금리차에 따른 원화 약세와 자금 유출 압박 등을 고려할 때 한은 입장에서 당분간 금리를 올리는 것뿐 아니라 내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 교수는 "물가 상승 폭이 줄고 있지만, 수준 자체(4월 3.7%)는 한은 물가 안정 목표(2%)보다 훨씬 높다.
금리를 낮추려면 인플레이션이 잡혔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며 "연준보다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리려면 물가는 물론 외환시장도 안정돼야 한다.
따라서 연내 금리를 내릴 여건이 조성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도 "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 수준까지 확대됐고, 역전 상태가 길어질수록 환율과 주가 등에 미칠 영향에 더 주의해야 한다"며 "따라서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낮출 가능성은 없고, 인하가 올해 안에 시작되기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과 공공요금의 인상 여지가 있어 고물가 상황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태에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벌어지고 경기는 하강하기 때문에 올해 한은의 통화정책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인하 전망은 엇갈려…"경기하강에 하반기 인하"vs"한미 금리차 등에 연내 어려워"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p)까지 벌어졌지만, 한국은행은 25일 추가 인상으로 차이를 좁히지 않고 동결을 선택했다.
현시점에서 내외 금리차에 따른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강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보다는 경기 침체의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 역성장·경상적자 공포…"금리 인상, 물가안정보다 경기위축 위험"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무엇보다 불안한 경기 상황이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0.3%)은 민간소비 덕에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고, 3월 경상수지도 국내기업 해외 현지법인의 배당에 기대 힘겹게 석 달 연속 적자를 모면했다.
하지만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4월(-26억2천만달러)까지 여전히 14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암울한 최신 경제지표와 기대보다 약하고 더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을 반영, 한은도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대다수 전문가도 앞서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며 금리 인상의 경기 위축 여파를 우려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무역수지 적자도 예상보다 오래갈 것 같다"며 "얼마 전까지 환율과 미국 금리 정책 등을 고려해 한은도 좀 더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했지만, 이처럼 경기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올릴 이유는 사라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소비 반등세도 미약하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이 물가 안정 효과보다는 경기 위축 위험을 더 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고금리가 소비, 투자, 주택가격 등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 반년에서 길게는 1년의 시차가 있다"며 "고금리 여파가 하반기부터 나타나면 소비 회복세는 지난해보다 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한미 금리차에도 환율 급등 없고 외국인 순매수…연준 6월 동결 가능성도
다행히 한은 금리 인상의 제1명분인 물가는 최근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은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인플레이션 수준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는데, 이런 경로에 큰 변화가 없다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한은은 1.75%p에 이르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도 '아직 견딜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3일(현지시간) 또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3.50%)과 미국(5.00∼5.25%)의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1.75%p로 벌어졌다.
1.75%p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연준 인상 후 20여일간 원/달러 환율은 한때 1천340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천320원대 안팎으로 떨어졌고, 외국인들은 오히려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연준의 6월 기준금리(정책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은 '역전 폭 확대'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토마스 라우바흐 연구 콘퍼런스 대담에서 "(긴축정책으로)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우리는 데이터와 전망을 보면서 신중한 평가를 할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연준이 다음 달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의 비율이 33%에서 13%로 줄었다.
◇ 경기 생각하면 낮춰야하지만 환율 등 잠재위험…"통화정책 환경 험난"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3연속 동결로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가 사실로 굳어지면서, 전문가들과 시장에선 연내 인하 전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미 8월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에는 경기 우려가 더 커질 텐데,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경기 침체에 대한 선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은도 이르면 8월부터 0.25%p 인하를 통해 현재 과도하게 긴축적인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10∼11월께 한은이 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이라며 "다만 그 시점에서 미국 연준이 아직 금리를 내리지 않았을 테니, 미국 눈치를 보고 천천히 내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안 선임연구원도 "경기 하강,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와 함께 올해 4분기부터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 등에 여전히 불안한 물가, 사상 최대 수준인 한·미 금리차에 따른 원화 약세와 자금 유출 압박 등을 고려할 때 한은 입장에서 당분간 금리를 올리는 것뿐 아니라 내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 교수는 "물가 상승 폭이 줄고 있지만, 수준 자체(4월 3.7%)는 한은 물가 안정 목표(2%)보다 훨씬 높다.
금리를 낮추려면 인플레이션이 잡혔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며 "연준보다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리려면 물가는 물론 외환시장도 안정돼야 한다.
따라서 연내 금리를 내릴 여건이 조성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도 "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 수준까지 확대됐고, 역전 상태가 길어질수록 환율과 주가 등에 미칠 영향에 더 주의해야 한다"며 "따라서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낮출 가능성은 없고, 인하가 올해 안에 시작되기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과 공공요금의 인상 여지가 있어 고물가 상황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태에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벌어지고 경기는 하강하기 때문에 올해 한은의 통화정책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