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내일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특별전 개막
경주 황남동 출토 토우 장식 토기, 97년 만에 새로 복원해 공개
삶과 죽음, 그 너머 세상을 위한 준비…흙으로 빚은 '영원한 삶'
상형 토기는 어떤 형상을 본떠 흙으로 빚은 그릇이다.

새, 오리 모습부터 실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 등 형태가 다양하다.

주로 신라와 가야의 무덤에서 출토된 상형 토기는 죽은 이의 영혼을 안내하고 함께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삶과 죽음 사이 머나먼 여정에 함께한 상형 토기와 토우 장식 토기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무덤에 넣은 상형 토기와 토우 장식 토기 등을 통해 한국 고대의 장송 의례를 다루는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이 26일 개막한다고 25일 밝혔다.

국보와 보물 15점을 포함해 사람,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든 332점을 모은 자리다.

전시는 사람이 죽은 뒤에도 현세의 삶이 이어진다는 계세(繼世) 사상을 바탕으로 지난해 보물로 지정된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 상형도기 일괄'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삶과 죽음, 그 너머 세상을 위한 준비…흙으로 빚은 '영원한 삶'
집·배·등잔 모양 등 총 5점의 상형 토기가 세트를 이뤄 출토된 드문 유물이다.

죽음 너머의 세상으로 향할 때 동행자가 되어준 새 모양 토기 20여 점은 특히 주목할 부분이다.

오래전부터 새는 영혼을 하늘로 안내한다고 여겨져 장례에 새의 깃털을 사용하기도 했다.

거북이 몸에 용의 머리를 지닌 동물 모양 토기, 높게 솟아오른 뿔 모양 잔 등도 함께 전시된다.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한 쌍에서는 신라인의 영혼관과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금령총 발굴조사가 이뤄지던 1924년 배 모양의 토기와 함께 발견된 이 토기는 죽은 자의 영혼을 육지와 물길을 통해 저세상으로 인도해주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삶과 죽음, 그 너머 세상을 위한 준비…흙으로 빚은 '영원한 삶'
특히 다리가 짧은 조랑말을 탄 사람이 올라 앉아있는 이 토기는 흔히 '주인상', '하인상'으로 나뉘는데 당시의 복식, 무기, 말갖춤(말을 부리기 위해 말에 장착한 각종 장구) 상태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이번 전시에서는 약 97년 만에 제 모습을 찾은 토우 장식 토기도 처음 공개된다.

흙으로 만든 인형이라는 뜻의 토우는 대부분 토기와 분리된 개개의 모습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본래는 접시 뚜껑이나 목이 긴 항아리에 붙어 다른 토우들과 함께 하나의 장면을 이루던 유물이라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 경주 황남동에서 출토된 토우 장식 토기 97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삶과 죽음, 그 너머 세상을 위한 준비…흙으로 빚은 '영원한 삶'
뚜껑 위에 제자리를 찾은 작은 토우들은 함께 의례를 치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춤추는 모습 등을 담고 있다.

상서로운 동물을 탄 사람, 사슴, 개 등의 행렬을 토기에 새겨넣은 유물도 눈여겨볼 만하다.

박물관 관계자는 "토우 장식 토기에는 다음 세상에서도 이어지길 바라는 삶의 모든 순간이 재현돼 있다"며 "과거 사람들이 어떤 동물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찾아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따뜻하고 안락한 보금자리를 상징하는 집 모양의 구조물을 설치해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크기가 작은 토우들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의 장치를 더한 점도 돋보인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상형 토기와 토우 장식 토기의 독특한 외형을 넘어 제작 배경과 기능 등 그 속에 담긴 본질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삶과 죽음, 그 너머 세상을 위한 준비…흙으로 빚은 '영원한 삶'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