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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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하고 수출도 부진하지만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회복할 것이란 기대에 외국인 자금이 10조원 넘게 쏟아져 들어왔다.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증시가 살아난 건 반가운 일이지만 펀드시장에서는 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성장을 거듭하던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올해 1조5000억원이 빠졌다. 자산운용사들은 다양해지는 투자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있다. 중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연금 시장에서도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인도 ETF 시장 잡아라”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1조8350억원이 순유출됐다. 설정액 규모도 지난 18일 기준 45조716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잘 달리던 ETF '주춤'…채권·해외·연금 투자 신상품으로 돌파구 연다
순유출 금액의 83%인 1조5355억원이 ETF 등 인덱스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ETF 시장에는 지난 몇년간 꾸준히 돈이 들어왔지만 올해는 차익실현 물량 때문에 규모가 줄었다. 같은 기간 액티브 주식형은 2995억원 줄었다.

반면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올 들어 4조8195억원이 순유입됐다. 주식에서 채권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주식시장을 기반으로 한 ETF 시장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보고, 채권과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올해 운용사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인도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최근 석달간 인도 주식형 펀드에는 2519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국내 전체 인도 펀드의 설정액이 664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들어 약 40% 성장한 셈이다.

수익률도 우수하다. 인도 펀드의 1년 수익률은 11.24%, 3년 수익률은 112.95%에 달한다. 3년 수익률은 전체 해외펀드 중 1위다. 이처럼 인도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관련 ETF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키움자산운용의 ‘KOSEF 인도Nifty50(합성)’이 유일한 ETF 상품이었지만 이후 다른 운용사들도 앞다퉈 뛰어들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TIGER 인도니프티50’과 ‘KODEX 인도Nifty50’을 각각 상장시켰다. 벤치마크로 ‘니프티50지수’를 추종하면서 인도거래소 우량주 50개 종목을 담고 있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인도의 경제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며 “니프티5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도 19.5배로 낮아져 밸류에이션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2515억원이 새로 유입된 베트남펀드도 신흥국 상품 중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성장하는 TDF 시장

또 다른 미래 먹거리는 연금 시장이다. 운용사들은 타깃데이트펀드(TDF)와 타깃인컴펀드(TIF),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펀드 등을 통해 연금자산 투자와 관리를 돕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 목표시점을 선택하면 해당 시기까지 자산을 알아서 최적으로 운용해주는 상품이다. 젊을 때는 위험 자산인 주식을,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TDF로 운용되는 연금자산은 2023년 1분기를 기점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TDF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TDF는 출시 2년 만에 순자산 1조원을 넘어선 뒤 4년 만인 2020년 5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다시 3년 만에 10조원을 넘어서며 연금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2~4개 자산운용사가 TDF 시장에 신규 진입하고 있으며, 2018년 53개였던 상품 수는 지난해 말 146개로 4년 새 3배 가까이 불어났다.

2018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TDF의 누적 수익률은 15.7%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물가 누적 상승률(11.6%)과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누적 수익률(9.1%)을 웃도는 수치다. 연도별로는 매년 해외주식형 펀드와 국내채권형 펀드 사이의 성과를 냈다.

지난해 7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시행되면서 TDF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새로운 고객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MZ(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세대를 위한 TDF 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은퇴시점을 2055년, 2060년에 맞춘 TDF 상품들이 대표적이다.

나석진 금융투자협회 산업시장본부장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도입되고 연금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TDF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장기·적립식이라는 연금투자의 속성에 TDF가 잘 부합하며, 궁극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와 국민들의 연금자산 증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