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개선·과속단속에도 7년간 사고 64건…사망 2명·부상 23명
통행시간 4분에서 1분 가량 늘어도 시민들 "사고 예방이 우선"

불과 3㎞ 남짓한 도로에 시속 40㎞ 과속단속카메라가 3대나 설치돼 있다.

'내리막급커브 절대감속', '전방 사고주의' 등 사고위험을 알리는 표지판도 잇따라 눈에 들어온다.

이내 나타난 급커브 구간. 제한속도를 지켜도 차체가 심하게 쏠린다.

행여나 차선을 이탈할까 봐 운전대를 꼭 쥔 채 옆 차선에 따라붙는 차가 있는지 사이드미러를 연신 들여다봤다.

청주시 상당산성과 시내를 잇는 산성도로는 경사로를 내려오는 차량이 급격한 커브를 돌아 우회전하는 구조 탓에 사고가 잦아 운전자들 사이에선 '죽음의 도로'라고 불린다.

'죽음의 도로' 오명 벗을까…청주 산성도로 내년부터 구간단속
사고 예방에 고민이 컸던 경찰은 내년 1월부터 이곳에서 구간단속을 시행하기로 했다.

시민들은 거듭된 당국의 대책에도 사고 위험이 여전했다며 구간단속 시행을 반기는 분위기다.

◇7년간 교통사고 64건·사상자 25명…백약이 무효
경찰과 행정당국이 산성도로에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공식집계가 시작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4건의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쳤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외국인 4명이 탄 승용차가 급커브 길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동안 경찰 등은 사고 방지를 위해 전도 위험이 높은 2.5t 이상의 대형 화물차 통행을 금지하고, 차로 폭을 넓히거나 경사도를 줄이는 시설 보완공사를 했다.

또 차들이 시속 40㎞를 넘기지 못하도록 단속카메라도 3대나 설치했다.

'죽음의 도로' 오명 벗을까…청주 산성도로 내년부터 구간단속
하지만 경사진 급커브 구간의 위험성은 여전했고, 운전자들이 단속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줄이는 사례가 빈발해 사고예방 효과가 미미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고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이 도로 구조 자체에 있는데, 이를 바로 잡을 수 없으니 저속운행이라도 확실히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통행시간 길어지는 데도 시민들 "옳은 방향"
경찰이 이런 이유로 꺼내든 게 '구간단속' 카드다.

경찰에 따르면 산성도로 2.8㎞ 구간에 구간단속을 도입하면 해당 구간 통행 시간은 현재의 약 4분에서 1분가량 늘어난 5분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 미원면과 보은군에서 청주 시내를 오가는 운전자들의 민원이 발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죽음의 도로' 오명 벗을까…청주 산성도로 내년부터 구간단속
하지만 대다수 시민은 통행 시간이 좀 늘더라도 사고 예방이 우선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출퇴근 때마다 산성도로를 이용한다는 시민 박 모(47) 씨는 "그동안 과속단속카메라가 있어도 위험했다"며 "통행시간이 길어지는 건 싫지만, 사람이 안 다치는 게 우선 아니겠느냐"고 했다.

택시 기사 김 모(64) 씨는 "운전경력 38년 차인 나도 산성도로를 지날 땐 조심한다"면서 "이번 대책이 효과를 거두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오 상당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은 "구간단속 규정을 잘 지키면 산성도로가 초행인 운전자들도 안전하게 지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사고예방을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경찰은 내년 1월 산성도로 구간단속 시행에 앞서 오는 10월부터 3개월간 시범운영 기간을 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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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