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최근 보물 지정 예고된 '근묵' 등 내년 3월까지 전시
조선시대 책부터 한국의 글씨, 지도까지…성균관의 귀한 '보물'
'보물'은 드물고 귀한 가치가 있는 보배로운 물건을 뜻한다.

우리 문화사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에 허락되는 명칭이다.

성균관대가 학교 박물관과 동아시아학술원 존경각(尊經閣)이 소장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등 주요 유물 120여 점을 한자리에 모은 '성균관의 보물' 특별전을 이달 23일부터 선보인다.

전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 도서관이었던 존경각을 조명하며 시작한다.

조선 성종(재위 1469∼1494) 때인 1475년 설립된 존경각은 '경서를 공경히 보관하는 누각'이라는 뜻의 건물로, 오랜 기간 성균관 유생의 학문 연구를 지원한 공간이었다.

존경각의 대표 보물로는 조선 초기에 간행된 '춘추경좌씨전구해'(春秋經左氏傳句解)가 소개된다.

지난해 4월 보물로 지정된 이 책은 역사서 '춘추'(春秋)의 주석서로서 간행 과정과 참여한 인물 등의 기록이 자세하게 남아있어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조선시대 책부터 한국의 글씨, 지도까지…성균관의 귀한 '보물'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1804 추정∼1866 추정)가 만든 '대동여지도'도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존경각은 1861년 목판으로 간행된 지도를 소장하고 있는데, 바닥과 한쪽 벽면을 활용해 지도를 입체적으로 세워 전시한 점이 눈에 띈다.

지도를 펼쳐 바닥에 넓게 두는 일반적인 전시 방식과 다른 점이다.

지난 19일 만난 김대식 성균관대 박물관장은 "존경각이 소장한 대동여지도 22첩 전체를 펼쳐 공개한 건 처음"이라며 "지도의 기능을 부각하고 관람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여류 문장가인 사주당 이씨가 1800년 저술한 '태교신기'(胎敎新記) 또한 비중 있게 다룬다.

태교신기는 태교의 중요성을 깨달아 그 이론과 실제를 체계적으로 정립한 최초의 태교 책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학교 측은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전시품은 보물 지정을 앞둔 근묵'(槿墨)이다.

조선시대 책부터 한국의 글씨, 지도까지…성균관의 귀한 '보물'
근묵은 저명한 서예가이자 서화 감식가로 이름 난 위창 오세창(1864∼1953)이 80세가 되던 해인 1943년에 완성한 서첩으로, 이달 초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명사 1천136명 가운데 정몽주(1337∼1392)가 쓴 간찰(편지), 퇴계 이황(1501∼1570)의 시, 추사 김정희(1786∼1856)의 편지 등 71명의 필적이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

오세창이 1911년 엮은 또 다른 서첩 '근역서휘'(槿域書彙)와 근묵의 표지를 나란히 볼 수 있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 관장은 "유족이 기증한 근묵을 분석하고 자료를 정리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며 "600여년간 이름 날린 명사들의 글씨를 1점씩 배열하고 정리한 서첩을 보면서 위창 집안의 뛰어난 감식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창의 아버지인 오경석(1831∼1879)이 수집한 비단부채 서화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선시대 책부터 한국의 글씨, 지도까지…성균관의 귀한 '보물'
전시에서는 박물관이 소장한 보물인 '김천리 개국원종공신녹권'(金天理 開國原從功臣錄券)과 우암 송시열(1607∼1689)이 남긴 글씨,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충남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탁본 등도 볼 수 있다.

옛 유물에 집중하는 듯한 전시는 마지막 3부에서 색다른 시도를 선보인다.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김택상, 박종규, 김근태, 김춘수 등 4명의 작가는 박물관이 소장한 도자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통해 한국적 아름다움을 다채롭게 드러낸다.

김 관장은 "청자, 백자 등 도자를 과거에만 두지 않고 현재 시각으로 해석할 때 의미가 있다"며 "한국 문화의 다층 구조를 살펴볼 새로운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성균관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책부터 한국의 글씨, 지도까지…성균관의 귀한 '보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