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부터 자리 잡은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사진). 총사업비 3402억원을 들여 지난해 10월 준공됐다. 정부세종청사 건물 중 각종 첨단시설이 들어선 최신식 건물로 꼽힌다. 높이도 기존 청사의 두 배가 넘는 지상 15층으로 설계됐다. 18개 정부 중앙부처 중 최고의 ‘실세 부처’로 불리는 기재부와 행안부가 입주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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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앙동 저층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지난달부터 퇴근 때마다 항상 창문을 닫는 것이 습관이 됐다. 창문을 조금이라도 열어놓은 채 퇴근하면 다음 날 창문틀엔 하루살이를 비롯한 정체불명의 벌레 사체가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방충망에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도 봐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직전에 근무하던 청사보다 벌레들이 훨씬 많아졌다”고 했다.

물론 대부분 공무원들은 여름철을 앞두고 벌레들이 들끓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세종시는 청사 주변에 호수와 하천 뿐 아니라 각종 수목이 우거진 곳이 많다. 실제로 세종시 수변공원과 하천 산책로 등을 중심으로 여름철을 앞두고 각종 벌레가 많아졌다는 세종시 주민들의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도 수변공원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벌레들이 많은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중앙동은 ‘ㄷ’자 모양으로 15개 동(棟)이 이어진 기존 세종청사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중앙동으로 붙여졌다. 기존 1·2·3단계 청사와 달리 주변에 넓은 공터가 있는 데다, 각종 나무가 심어져 조경도 잘 갖춰져 있다. 외부 침입자 접근과 불법 현수막 설치 차단을 위해 2000만원을 들여 울타리 수목도 심었다. 수목이 잘 갖춰진 덕분에 다른 청사에 비해 각종 벌레와 곤충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졌다는 뜻이다.

다만 3402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된 최신식 건물에서 벌레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행복도시특별회계로 취득한 중앙동은 정부가 발주한 단일 프로젝트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다. 올 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으로부터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 국유재산으로 관리 전환됐다. 건물 1동과 토지 5필지를 비롯해 재산 평가액은 3353억원이다. 건물 대장 가액만 2995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준공 이후 빗물이 새거나 엘리베이터 고장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입주 공무원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준공 이후 지금까지 총 2663건의 하자가 발견됐다. 이 중 2296건은 보수를 완료했고, 시설물 안정화 과정에서 발견된 건축 분야 잔여 하자 367건은 이달 말까지 보수를 완료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전체 건물의 기능 장애 및 안전을 저해하는 중요하자 4건은 올 1월 말에 보수를 이미 완료했다고 밝혔다.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2663건의 하자엔 페인트칠 흠자국 등 경미한 하자까지 포함돼 있다”며 “비슷한 규모의 민간 건물에서도 이 정도 가량의 하자는 발생하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하자보수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9일 정부청사관리본부장 주관으로 공사 참여사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중앙동 시공사는 HL디앤아이한라(옛 한라건설)다. 행안부 관계자는 “우기에 발생 예상되는 누수 하자와 시설물 운영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하자에 대해 신속하고 완벽한 조치를 위해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