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SPC 빌딩 앞 '아이언맨 돌탑'
수억원 웃도는 세계적 예술가의 작품
'자연과 인공·과거와 현재 조화' 메시지 담아

'미술 좀 아는 사람'들은 한눈에 알아챈다. 이 거대한 '아이언맨 돌탑'이 바로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예술가 우고 론디노네(59)의 '옐로우 레드 몽크(Yellow Red Monk)'라는 것을.
론디노네는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은 글로벌 경매에서 수억원대에 거래된다.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선 네 개의 돌로 이뤄진 '옐로우 레드 화이트 블루 마운틴(Yellow Red White Blue Mountain)'은 110만달러(약 14억원)에 팔렸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형광빛 페인트를 칠한 돌로 론디노네는 어떻게 세계적인 작가가 된 걸까. 도대체 이 돌들은 어떤 의미가 있길래 '억대'에 팔리는 걸까.
RM도 반한 무지개색 돌탑

작품을 만드는 데만 꼬박 4년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였다. 론디노네는 돌 가운데 구멍을 뚫은 뒤 쇠기둥을 넣어 돌들을 연결했다.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2016년 설치 후 2년만 전시될 예정이었던 세븐 매직 마운틴스는 2027년까지 전시기간이 연장됐다. 미술 애호가로 소문난 BTS의 리더 RM도 지난해 이곳을 방문해 '인증샷'을 남겼다.

론디노네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연과 인공, 과거와 현재. 그는 일반적으로 서로 반대되는 개념들을 한데 묶는다. '과거'의 시간을 축적한 '원시적 자연물'인 돌에 '인공적'이고 '현대적'인 네온빛 색깔을 입혀서 상반되는 개념을 한 작품 안에 조화롭게 녹인 것이다.
돌로 빚어낸 우주와 사람의 시간
SPC 빌딩 앞 '옐로우 레드 몽크'는 그 연장선이다. 세븐 매직 마운틴스보다 키가 작고 진짜 돌이 아닌 청동을 사용하긴 했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다르지 않다. 약 1만㎞의 거리를 넘어 사막 위 돌탑과 한남동 돌탑을 연결해주는 건 그 안에 담겨있는 '자연과 인공의 조화'라는 메시지다.또 하나. '몽크(monk·수도승)'라는 제목처럼 작품은 마치 사람이 서 있는 형상이다. 거대한 돌 위에 작은 돌을 얹어놓은 모습이 품이 넉넉한 옷을 입은 수도승을 연상시킨다.

수백만년의 시간을 거쳐 '자연의 시대'와 '인공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역사를 그는 돌로 기록한 것이다. 그는 말한다. "나는 마치 일기를 쓰듯 살아 있는 우주를 기록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태양, 구름, 비, 나무, 동물, 계절, 하루, 시간, 바람, 흙, 물, 풀잎 소리, 바람 소리, 고요함 모두."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