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내부 선전하며 김정은 업적으로 부각…개발자 우대하며 충성 독려
[장용훈의 한반도톡] 北전략무기 개발은 '과시형'…정치적 목적에 무게
세계 각국의 전략무기 개발은 은밀하게 이뤄지며 전략성을 제고하지만, 북한의 개발은 요란스럽게 이뤄져 군사적 효용성보다 정치·외교적 목적 달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이런 현상은 김정은 체제 들어서면서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여서 북한의 의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핵확산금지조약(NPT) 밖에서 핵무기를 개발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평가되는 이스라엘은 이 사안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아랍 국가들이 군사적 위협을 느끼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상호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 보유를 밝히고 있지만 개발과정은 은밀했다.

심지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에는 스스로 핵무기 보유를 신고하기 전까지는 국제사회가 핵무기 개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북한은 핵실험을 할 때마다 실험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김정일 체제에서 이뤄진 1, 2차 핵실험 때는 실험 사실만 간단히 '조선중앙통신사 보도' 형식으로 전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에서 진행된 네차례 핵실험 때마다 북한은 구체성을 더해갔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은 소형화·경량화한 원자탄 실험,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은 수소탄, 2016년 9월 5차 핵실험은 핵탄두 폭발실험, 2017년 9월 핵실험은 6차 핵실험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실험이라고 밝혔다.

특히 4차 핵실험은 정부성명 형식으로 발표했고 5, 6차 핵실험은 핵무기연구소 성명으로 실험 사실을 알렸다.

여기에다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방문했을 때는 전술핵탄두 화산-31의 실물과 이를 적용한 8종의 투발수단 자료를 언론매체에 실린 사진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장용훈의 한반도톡] 北전략무기 개발은 '과시형'…정치적 목적에 무게
이러한 행태는 미사일 개발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반복된다.

북한은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진행하면 다음 날 노동신문 등을 통해 관련 사실을 전하는데 전날 쏜 발사체의 구체적인 제원과 발사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세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북한은 작년 11월 김정은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을 시험발사했는데 "최대정점고도 6,040.9㎞까지 상승하며 거리 999.2㎞를 4,135초간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의 예정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소개했다.

올해 2월에는 ICBM '화성포-15'형의 발사훈련을 하면서 최대정점고도 5,768.5㎞까지 상승해 989㎞의 거리를 4천15초 동안 비행해 목표물에 명중했다고도 했다.

특히 이 발사가 고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ICBM 등 전략무기를 개발하면서는 개발 사실 자체도 공개하지 않고 개발이 완료돼도 완성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제원이나 구체적인 능력도 숨기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개발과정에서 보여주는 남북한 발표의 차이가 이런 태도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북한은 작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매체를 통해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는 거리 600㎞계선에서부터 활공재도약하며 초기발사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방위각에로 240㎞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하여 1,000㎞ 수역의 설정표적을 명중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남한의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21년 9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개발 완료 사실을 보고하고 언론을 통해서는 기존 미사일보다 속도가 빨라 생존성과 파괴력이 향상됐다는 정도만 알렸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전략무기는 개발 사실 자체가 비공개이고 구체적인 제원이나 성능은 더 공개돼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며 "사회주의 역사를 가진 중국이나 러시아도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은 비공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개발 사실은 전언으로 알려지는 정도"라고 말했다.

[장용훈의 한반도톡] 北전략무기 개발은 '과시형'…정치적 목적에 무게
이에 따라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은 군사적 목적보다 정치적인 목적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외교적으로 한미와 적대적 관계는 이어가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군사적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안보적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치러질 때마다 훈련이 실제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우려하는 만큼 군사적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하는 전략무기의 성능과 제원에는 거품이 끼어 있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하는 전략무기의 성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신무기 개발은 노후화 등을 고려해 대량생산의 과정까지 나가야 인정할 수 있는데 북한의 경제나 산업 능력으로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그동안 한반도에서 벌어진 군사적 충돌은 대부분 북한에 의해 벌어졌다는 사실까지 염두에 두면 전략무기 개발의 공개는 대외용이라기보다는 북한 내부를 향한 정치적 용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자신들이 핵보유국임을 주민들에게 알리면서 그 누구도 쉽게 침략할 수 없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부각해 안보 불안감 해소를 넘어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김정은 체제 들어 핵실험이나 전략무기 개발에 성공하면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개발자들을 평양으로 불러 환영행사를 연다.

또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상을 주고 승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성과에는 상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김정은 체제에 대한 기여와 희생을 요구하는 셈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러한 성과가 김정은 위원장에 의해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업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월 '위대한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 제목의 정론에서 "위대한 혁명적 무장력! 세계에 유일무이한 이 거대한 힘의 실체, 불가항력이 있는 한 우리 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끝없이 강대하고 륭성번영할 것"이라며 "이는 탁월한 수령을 높이 모신 우리 인민군대의 영원한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전략무기 개발을 독려하고 이를 실재하는 힘으로 보여줌으로써 과거와는 다른 지도자상을 구축해 가고 있다"며 "결국 북한의 새로운 무기 개발에는 정치적 목적이 큰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