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 오가면 호은2농장 "축산업, 주민과 상생해야"
돼지농장에 반도체공장 시스템 도입 "도심에서도 악취 없을 것"
"앞으로 축산업은 지역 주민과 상생하지 않으면 지속해서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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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한 돼지 농가가 악취 방지를 위해 반도체 공장의 공조시스템까지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 예산군 등에 따르면 박경원(43) 호은2농장 대표는 지난달 오가면에 지상 2층·2천997㎡ 규모의 돼지 농장을 신축했다.

밖에서만 봤을 때는 이 건물을 돼지 농장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박물관이나 관공서 같은 느낌을 준다.

박 대표는 15년 전 축산업을 하는 아버지 일을 도우며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재래식 돈사를 인수해 본인 사업을 시작했다.

재래식 돈사에서는 악취가 많이 발생해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랐고, 돼지가 질병에도 노출되기 쉬웠다.

돼지농장에 반도체공장 시스템 도입 "도심에서도 악취 없을 것"
새 시스템을 갖춘 농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박 대표는 지난해 8월부터 총 65억원을 투자해 최신 환기 시설 등을 갖춘 농장을 지었다.

오피스텔이나 병원 등 일반 건물을 설계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기 흐름을 파악, 환기가 잘되도록 배기구 위치를 설계한 뒤 건축을 시작했다.

보통 일반 축사는 건물을 지어놓은 뒤 환기시설을 설치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하향식 환기 방식이 사용됐다.

이렇게 농장 내 체류하는 암모니아 가스 농도를 5∼8ppm 수준으로 줄였고, 여기에 악취 저감 시설을 설치해 농장 외부 암모니아 농도가 1ppm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돼지농장을 하더라도 악취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축산업이 양적 성장에만 몰두해 달려오다 보니 악취 민원이 잇따랐고, 지역 주민과 상생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축산업은 지역 주민과 상생하지 않으면 지속해서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돼지농장에 반도체공장 시스템 도입 "도심에서도 악취 없을 것"
그러면서 "축산업이 언제까지 사람들에게 기피 시설, 비호감 이미지여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다른 누가 아닌 먼저 솔선수범해야겠다고 생각해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돼지 품종 중 하나인 듀록 종돈을 직접 관리하고 개량하는 독보적인 기술력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이베리코와 함께 3대 돼지 품종으로 꼽힌다.

그동안 듀록이 새끼를 덜 낳고, 어미 돼지 포유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국내 농가가 선호하는 품종은 아니었다.

박 대표는 7년 넘는 연구 끝에 모든 생산성을 끌어올려 듀록의 단점을 많이 극복한 상태다.

현재 이 농장에 듀록 100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앞으로 350마리가 더 이사 올 예정이다.

그는 "축산업이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해야 할 때"라며 "소비자들이 국산 돼지를 외면했던 상황을 스스로 반성하고, 새로운 기술과 설비 도입으로 축산업의 새 지평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