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강국 스웨덴의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 정책을 통해 출산율을 높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경기 침체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자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18일 스웨덴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 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52명으로 집계됐다. 1998~1999년 1.5명을 기록한 후 23년 만에 최저다.

스웨덴 출산율은 2010년 무렵까지 10여 년간 상승세였다. 이 기간 스웨덴은 실업자와 한부모가정의 탁아소 비용을 면제하고 남성의 의무 육아휴직을 30일에서 3개월까지 늘리는 정책을 폈다. 육아휴직을 반반씩 사용하는 부부에게 약 160만원을 자동 지급하는 등 일·가정 양립 정책을 확대했고 이는 출산율 반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10년 1.98명으로 오른 출산율은 이후 10년 넘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1.89명, 2017년 1.78명, 2021년 1.67명 등 하락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는 1.50명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스웨덴의 출산율 하락 요인으로는 경기 침체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꼽힌다. 인구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과 명예교수는 전날 방한해 “스칸디나비아 지역 국가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투잡이나 초과근무를 선택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싱크탱크 유럽인구의 ‘스웨덴 출산율은 왜 떨어지나’ 보고서에서 리비아 올라 스톡홀름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아지는 등 노동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하락했다”며 “육아휴직 제도가 잘돼 있더라도 직업이 없는 사람에겐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스웨덴의 출산율 하락은 아무리 좋은 저출산 대책을 써도 저성장이 고착화하면 출산율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저성장 위기에 빠진 한국도 일·가정 양립 정책과 함께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