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보톡스 국내 1등 휴젤 목표주가 '덜썩',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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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미국 진출 지연에 소송 리스크도 장기화
“유럽·중국 성장 속 추가 하락할 여지 제한적” 미용 의료 분야 종목들이 강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업계 국내 1위 기업인 휴젤의 주가가 무너졌습니다. 소송 리스크에 휩싸인 와중에, 기대를 모았던 미국 진출도 미뤄진 탓입니다. 급기야 1분기 실적시즌 기간 동안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가장 크게 하향된 종목이라는 오명도 뒤집어 썼습니다.
주가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18일 종가인 10만9100원은 3월 종가(12만7900원)보다 14.70% 낮은 수준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휴젤의 미국법인이 제출한 보툴리눔톡신제제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의 품목허가 신청에 대해 자료를 보충하라는 의미의 ‘보완요청서한(CRL)’을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8일 10.75% 급락한 뒤 기술적인 반등조차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미국 진출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방증입니다. 보툴리눔톡신제제뿐만 아니라 대부분 의약품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입니다.
대신 의약품 허가 절차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습니다. 미 식품의약국(FDA)가 내주는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GMP) 인증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된다(current)’는 의미로 cGMP라 부를 정도이니까요. 국내 보툴리눔톡신제제 제조 기업 중에서는 현재 대웅제약만 미 FDA의 문턱을 넘어 미국 시장에서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물론 보완 요청을 받았다고 미국 진출이 무산된 건 아닙니다. 휴젤이 CRL을 받은 건 작년 3월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휴젤은 이번 CRL 수령에 대해 “해결하기 어려운 지적 사항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공장 관리에 관한 것”이라며 “FDA가 코로나 이후 품질 관리에 엄격해졌다”고도 전했습니다.
몇 번의 보완 요청이 더 나올 수는 있지만, 결국 보툴렉스에 대한 미국 시판허가는 이뤄진다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문제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먼저 진출한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더 많은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나보타는 기존 미국 시장에 출시돼 있던 보툴리눔톡신제제들 대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한국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도 가장 큰 강점은 가격 경쟁력입니다. 저렴한 보툴리눔톡신제제 시장에서 나보타의 장악력이 강해지고 나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아지거나 진입 비용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휴젤이 보완을 요청받은 사항들을 FDA에 제출하기까지 기간이 1년, FDA의 승인까지 기간이 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2025년 상반기에야 미국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며 “2025년은 미국 에볼루스(나보타의 판매사) 등의 연간 매출 목표치가 3억달러에 이를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국내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세계시장에서는 한국산 보툴리눔톡신제제의 우수한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 성형외과의원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는 보툴리눔톡신제제 시술을 한 번 받는 가격이 3만원 수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하는 단가도 바이알당 10만원이 훌쩍 넘는다는데 말이죠.
세계적으로 보툴리눔톡신제제를 제조하는 기업이 지역별 한두개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이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뒤늦게 휴온스도 국내 시장에 진입했고요. 국내 시장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수출용 제품을 만들며 국내 시판허가를 추진하는 중소업체들도 많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시장 안에서만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국산 보툴리눔톡신제제를 개발한 메디톡스가 후발주자들의 보툴리눔균주 도용 의혹을 제기하면서입니다. 메디톡스는 우선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대웅제약과 법정다툼을 벌였습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해 승소했고, 올해 2월10일에는 국내 민사소송 1심에서도 이겼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날 휴젤의 주가도 18.17% 급락합니다. 소송에서 진 대웅제약의 주가 낙폭 19.35%와 별 차이가 없죠. 휴젤도 메디톡스로부터 미 ITC 제소를 당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미 ITC 소송은 휴젤의 실적까지 갉아먹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이 발생하니까요. 휴젤은 1분기에 소송 비용으로 40억원을 썼다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밝혔습니다. ITC 판결의 최종 결정은 내년 10월10일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200억원가량의 비용이 더 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김정현 연구원은 “휴젤이 그 동안 인정받아온 PER 밴드를 고려할 때 추가 하락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2018~2020년 휴젤의 해외 진출 기대감이 유지되던 시점의 12개월 선행 PER은 30배 초반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소송 리스크와는 별개로 보툴리눔톡신제제 수출을 바탕으로 한 외형 성장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휴젤은 미국 진출에는 늦었지만,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품목허가를 받았습니다. 또 유럽에서는 대웅제약 다음으로 작년에 시판 승인을 받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요.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1분기 휴젤의 보툴리눔톡신제제 수출에 대해 “중국에서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로) 감소했지만, 유럽, 태국, 대만 등 지역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중국에서도 판매 파트너사인) 사환제약의 보툴렉스 판매가 3월부터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 사환제약의 중국 시장 점유율 목표는 15%”라고 전했습니다. 유럽 판매 파트너사인 크로마의 시장 점유율 목표는 10%라고 합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
종목 집중탐구
미국 진출 지연에 소송 리스크도 장기화
“유럽·중국 성장 속 추가 하락할 여지 제한적” 미용 의료 분야 종목들이 강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업계 국내 1위 기업인 휴젤의 주가가 무너졌습니다. 소송 리스크에 휩싸인 와중에, 기대를 모았던 미국 진출도 미뤄진 탓입니다. 급기야 1분기 실적시즌 기간 동안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가장 크게 하향된 종목이라는 오명도 뒤집어 썼습니다.
나보타 성장 가파른데 또 미뤄진 미국 진출
18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휴젤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4만5000원으로, 4월 초 대비 29.27% 하향됐습니다. 증권사 세 곳 이상이 추정치를 제시하는 종목 중 하향폭이 가장 큽니다.주가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18일 종가인 10만9100원은 3월 종가(12만7900원)보다 14.70% 낮은 수준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휴젤의 미국법인이 제출한 보툴리눔톡신제제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의 품목허가 신청에 대해 자료를 보충하라는 의미의 ‘보완요청서한(CRL)’을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8일 10.75% 급락한 뒤 기술적인 반등조차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미국 진출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방증입니다. 보툴리눔톡신제제뿐만 아니라 대부분 의약품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입니다.
대신 의약품 허가 절차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습니다. 미 식품의약국(FDA)가 내주는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GMP) 인증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된다(current)’는 의미로 cGMP라 부를 정도이니까요. 국내 보툴리눔톡신제제 제조 기업 중에서는 현재 대웅제약만 미 FDA의 문턱을 넘어 미국 시장에서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물론 보완 요청을 받았다고 미국 진출이 무산된 건 아닙니다. 휴젤이 CRL을 받은 건 작년 3월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휴젤은 이번 CRL 수령에 대해 “해결하기 어려운 지적 사항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공장 관리에 관한 것”이라며 “FDA가 코로나 이후 품질 관리에 엄격해졌다”고도 전했습니다.
몇 번의 보완 요청이 더 나올 수는 있지만, 결국 보툴렉스에 대한 미국 시판허가는 이뤄진다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문제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먼저 진출한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더 많은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나보타는 기존 미국 시장에 출시돼 있던 보툴리눔톡신제제들 대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한국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도 가장 큰 강점은 가격 경쟁력입니다. 저렴한 보툴리눔톡신제제 시장에서 나보타의 장악력이 강해지고 나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아지거나 진입 비용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휴젤이 보완을 요청받은 사항들을 FDA에 제출하기까지 기간이 1년, FDA의 승인까지 기간이 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2025년 상반기에야 미국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며 “2025년은 미국 에볼루스(나보타의 판매사) 등의 연간 매출 목표치가 3억달러에 이를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1분기에만 소송 비용 40억원…최종 판결까지 1년 넘게 남아
한국산 보툴리눔톡신제제의 판매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는 건 상수에 가깝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입니다.국내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세계시장에서는 한국산 보툴리눔톡신제제의 우수한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 성형외과의원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는 보툴리눔톡신제제 시술을 한 번 받는 가격이 3만원 수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하는 단가도 바이알당 10만원이 훌쩍 넘는다는데 말이죠.
세계적으로 보툴리눔톡신제제를 제조하는 기업이 지역별 한두개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이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뒤늦게 휴온스도 국내 시장에 진입했고요. 국내 시장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수출용 제품을 만들며 국내 시판허가를 추진하는 중소업체들도 많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시장 안에서만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국산 보툴리눔톡신제제를 개발한 메디톡스가 후발주자들의 보툴리눔균주 도용 의혹을 제기하면서입니다. 메디톡스는 우선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대웅제약과 법정다툼을 벌였습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해 승소했고, 올해 2월10일에는 국내 민사소송 1심에서도 이겼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날 휴젤의 주가도 18.17% 급락합니다. 소송에서 진 대웅제약의 주가 낙폭 19.35%와 별 차이가 없죠. 휴젤도 메디톡스로부터 미 ITC 제소를 당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미 ITC 소송은 휴젤의 실적까지 갉아먹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이 발생하니까요. 휴젤은 1분기에 소송 비용으로 40억원을 썼다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밝혔습니다. ITC 판결의 최종 결정은 내년 10월10일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200억원가량의 비용이 더 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유럽 매출 구조적 성장…더 내려갈 여지 제한적”
다만 이미 주가가 많이 하락했기에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인 수준입니다. 휴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9.02배로, 동종업종 PER 72.25배의 3분의1 수준입니다.김정현 연구원은 “휴젤이 그 동안 인정받아온 PER 밴드를 고려할 때 추가 하락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2018~2020년 휴젤의 해외 진출 기대감이 유지되던 시점의 12개월 선행 PER은 30배 초반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소송 리스크와는 별개로 보툴리눔톡신제제 수출을 바탕으로 한 외형 성장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휴젤은 미국 진출에는 늦었지만,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품목허가를 받았습니다. 또 유럽에서는 대웅제약 다음으로 작년에 시판 승인을 받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요.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1분기 휴젤의 보툴리눔톡신제제 수출에 대해 “중국에서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로) 감소했지만, 유럽, 태국, 대만 등 지역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중국에서도 판매 파트너사인) 사환제약의 보툴렉스 판매가 3월부터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 사환제약의 중국 시장 점유율 목표는 15%”라고 전했습니다. 유럽 판매 파트너사인 크로마의 시장 점유율 목표는 10%라고 합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