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수송료↑…승마협회, AG 출전 조건으로 '선수가 1억원 부담'
대한승마협회가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 선발 과정에서 선수들에 말 수송비의 '자비 부담'을 전제로 출전 여부를 결정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승마협회 관계자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통해 선수들에게 AG 출전을 위해서는 수송비 등 경비로 최소 1억원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이번 대회 특성상 말 수송비가 이전보다 많이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협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소요되는 총비용은 말 수송비 등을 포함해 최대 13억원으로 추산된다.

5억원가량이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보다 배가 넘게 늘었다.

항저우 AG 조직위가 말의 항공 수송을 독점 계약을 맺은 독일의 한 대행사에 일임하면서 대회 장소로 말을 옮기려면 유럽-항저우 간 노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말 수송이 가능한 항공편이 있는 상하이나 홍콩으로 말을 먼저 옮긴 후 항저우까지 이동하는 방안은 조직위가 검역을 이유로 불허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전세기까지 알아봤는데, 전세기 비용만 9억원 가까이 든다고 한다.

유럽을 통해 말을 옮길 경우에도 그 수송비가 8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비가)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정도만 돼도 어떻게든 마련해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행정 절차상 오는 24일까지 대회 엔트리를 확정해야 해 부득이하게 이같이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협회는 별도 입장문을 통해 승마에 대한 애정으로 유명한 한화 그룹 3남 김동선 한화 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지난 3월 한 언론 보도 이후 협회 등 승마계와 거리를 두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지난해 박서영 회장이 당선된 후 협회에 한화넥스트 쪽에서 임원들을 대거 파견해 승마인들의 기대가 컸다"며 "그런데 김동선 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협회를 좌우한다는 기사가 나오자 파견된 한화넥스트 직원들이 전원 사임했고, 한화그룹 차원에서도 지원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화 갤러리아 측은 "김 본부장이 승마에 깊은 애정을 드러낸 온 게 맞지만, 협회에 대한 지원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히거나 약속한 적 없다"고 밝혔다.

황순원 한국승마선수협회 회장은 "선수들이 운동하면서 현실적으로 가장 높은 목표로 설정하게 되는 게 아시안게임이다.

다들 열심히 훈련했는데, 협회가 자비로 대회에 나서라고 해서 실망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미리 다 따져봤어야 했다.

협회 측에서 너무 늦은 시점에 공지했다"며 "협회가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