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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트렌드

불황에 라면만 성장…스낵은 경쟁사 주춤한 수혜기업 호실적
작년 가격 인상 피로감에 원재료 값 안정도 지연돼
장기적으로 한국시장 위축…수출·신사업으로 성장할 기업 찾아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음식료 업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작년 가격 인상으로 올해부터 대부분 수익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소비자들 주머니가 팍팍해진 탓에 라면·스낵 종목들만 오르는 모습이다.

호실적 내놓은 농심·오리온·빙그레, 올 들어 주가도 상승곡선

농심은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18.21% 상승했다. 스낵 매출이 많은 오리온은 5.63%, 빙과·음료 제품을 파는 빙그레는 22.04% 올랐다.

주가 상승의 배경은 호실적이다. 국내 매출이 늘어난 덕이다.

농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6% 증가한 638억원으로, 이달 1일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돼 있던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456억원을 39.91% 웃돌았다. 특히 국내법인의 라면 매출이 1년 전보다 13.2% 늘어난 게 눈에 띈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불황 속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소비의 대표주자인 라면의 물량 성장에 작년 9월 라면 및 스낵 가격 인상 효과가 더해졌다”며 “매출이 성장하고, 이에 따라 고정비가 감소하는 효과로 영업이익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1분기 9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컨센서스(1057억원)을 소폭 밑돌았지만, 가파른 해외실적 성장세가 돋보인다. 매월 진출 국가별 실적을 공시하는 이 회사는 올해 들어 한국, 중국, 러시아 지역에서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 한국법인의 4월 영업이익은 14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3% 늘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국내 실적에 대해 “채널별 신제품을 비롯한 전략이 유효했다”며 “경쟁사의 낮은 물량 성장 흐름을 감안하면 오리온의 시장 지배력은 가파른 우상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고성장세 관련 추세 유지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평가했다.

빙그레 역시 경쟁사가 주춤한 사이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2.7% 증가한 127억원이다. 상상인증권만 제시했던 전망치 27억원의 4배 이상이다. 1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빙그레에 대한 분석을 시작한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빙그레에) 올해는 가성비 트렌드의 확대, 주요 경쟁사의 전략적 품목수(SKU) 축소 방침, 편의점 채널 성장으로 물량 방어에 우호적인 환경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들어 오리온에 식품업종 대장주 자리를 내준 CJ제일제당의 1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영업이익이 25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42% 감소했고 컨센서스(2968억원)도 14.84% 밑돌았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CJ제일제당 제품에 대한 판매량(Q)의 역상장 우려가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CJ제일제당 제품보다) 외식 물가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가공식품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의 주가는 올해 들어 15.77% 하락했다. 컨센서스가 있는 음식료 업종 종목 중에서는 롯데웰푸드(-15.59%)와 함께 가장 부진하다.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 위축”…수출 잘 하는 종목은?

당초 올해 음식료업종에 대한 전망은 장밋빛이었다. 작년에 잇따라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물가 상승세가 워낙 가팔랐던 데 따라 저항이 적었다. 올해 전쟁을 비롯한 악재가 해소돼 식품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 수익성이 과거보다 확대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경신 연구원은 “최근 펀더멘털 악화로 경기 방어주로서 업종의 역할이 다소 희석된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라면을 비롯해 저렴한 제품을 제외하면 작년의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로감이 소비 절벽으로 이어진 데다, 원재료 가격도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유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부터 인구가 자연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 내수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혹은 신사업으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한 기업들에 대한 주가 재평가(리레이팅)로 종목별 밸류에이션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CJ제일제당도 해외법인의 실적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의 1분기 미주 지역 영업이익은 10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1% 증가했다. 작년에 인수한 미국의 냉동식품 회사 슈완스의 통합 절차가 올해 초 마무리된 뒤 물류·마케팅 등의 비용 절감 효과가 가시화된 영향이다.

하희지 연구원은 “국내 식품 부문의 원가 부담분을 해외 법인의 수익성 개선으로 일부 상쇄했다”고 평가했다. 1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며 CJ제일제당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기존 52만원에서 46만9167원으로 9.78% 하향됐지만, 투자의견은 분석을 내놓는 증권사 10곳이 모두 ‘매수’를 유지했다.

1분기 실적시즌 기간 동안 목표주가가 오른 음식료 종목은 오리온과 농심 뿐이다. 상향폭이 더 큰 오리온(15만3909원→16만8917원)은 매월 국가별 영업실적을 공시할 정도로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성장세도 돋보인다. 4월 영업이익을 1년 전과 비교하면 중국의 8개 법인과 러시아 법인이 각각 50.4%와 19% 늘었다.

농심의 해외 실적은 미국 법인이 주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 법인의 매출 성장률은 원화 기준으로 전년 대비 40%에 달했다. 코스트코와 샘스마켓 등 대형마트 채널에서 판매 품목을 늘려가고 있으며, 미국 2공장의 가동률도 올라 수익성도 개선됐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