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걸림돌로 주거 문제 꼽은 비율 19%…전년 11%에서 껑충
영국서 주거 문제로 학교 못가는 어린이 급증
영국에서 열악한 주거 환경 때문에 학교에 못가는 어린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 자선 단체 '학교-집 지원'(SHS)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 학기까지 383명을 조사한 결과 등교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으로 열악한 주거 환경을 꼽은 비율이 19%에 달했다.

전년 조사에서 11%였던 것보다 껑충 뛰어오른 비율이다.

이에 주거 문제도 등교 정책의 3대 쟁점 중 하나로 꼽혀야 한다고 SHS는 진단했다.

등교를 어렵게 하는 최대 요인으로는 감정과 습관(27%)이 꼽혔고, 두 번째 요인은 자신감과 자존감(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문제 중에서는 특히 공부나 숙제를 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열악하거나 부적절한 주거 환경 탓에 어린이들이 정기적으로 등교하거나 학습에 매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가족이 갑자기 임시 숙소나 쉼터로 들어가면서 어린이들의 등굣길이 멀어질 수도 있다고 SHS는 진단했다.

실제로 벤이라는 가명을 쓰는 한 소년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끝에 모친과 함께 쉼터에서 생활하게 됐으나 벤이 다니던 학교와는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지면서 매일 내야 하는 버스 요금조차 부담되는 상황이 됐다고 SHS는 전했다.

이에 따라 벤은 수업 5번 중 1번은 어쩔 수 없이 놓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영국 교육 당국이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결석률이 높아진 데 따라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나온 것이다.

당국 집계에 따르면 올해 봄학기 결석률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여전히 50% 높은 상황으로, 2021∼2022년 당시 중등 학생 5명 중 1명꼴로 수업의 10% 이상을 놓치는 '지속적 결석'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 여파로 불안이나 정신 문제를 호소하는 어린이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 것도 학교 결석의 숨은 원인일 수 있으며, 특히 일부는 집 밖으로 나서는 것조차 힘겨워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SHS 관계자는 "최우선 현안은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중인지 파악하고 등교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깊이 파고드는 것"이라며 "멀리 떨어진 임시 숙소나 자동차에서 지내야 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최우선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