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해법 찾는 '생물영감' 관점으로 청소년 문제에 힌트
10대 자녀는 왜 위험한 행동을 할까…신간 '와일드후드'
혈기 왕성한 10대 자녀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부모를 불안에 빠뜨린다.

밤중에 몰래 나가 술집이나 클럽을 향하고 때로는 위조 신분증을 사용하거나 운전면허 없이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기도 한다.

인간 청소년만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박쥐 무리는 청소년기에 포식자인 올빼미를 놀리고 조롱한다.

다람쥐 부대는 겁 없이 방울뱀 주변을 잽싸게 돌아다니고 어린 가젤은 굶주린 치타 곁을 유유히 걸어간다.

청소년기 해달은 백상아리를 향해 헤엄친다.

진화 과정에서 모든 종(種)이 거치는 유년기와 성인기 사이의 시기인 '와일드후드'(Woldhood)에 언뜻 보면 생존 본능과는 정반대인 행동이 빈번하게 관찰된다.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부 객원 교수인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와 과학 전문 기자인 캐스린 바워스가 쓴 '와일드후드'는 인간사의 해법을 자연에서 모색하는 '생물영감' 혹은 '생물모방'이라는 관점에서 청소년 문제에 접근한다.

10대 자녀는 왜 위험한 행동을 할까…신간 '와일드후드'
동물 종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진화 과정에서 근본적으로 같은 압박을 받아왔다는 지식을 전제로 한다.

이 책은 초파리, 닭, 힌꼬리등꿩, 범고래, 레오파드바다표범, 조명나방, 레서스원숭이, 점박하이에나, 대서양연어 등 다양한 동물을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독자가 인간의 질풍노도 시기에 관해 새로이 눈뜨도록 유도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겉으로는 '비상식적인' 행동이 동물의 생존, 적응, 번식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은 살아남기 위해 포식자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무엇이 위험하고 어떻게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지를 배우기 위해 위험을 추구하는 이른바 '포식자 탐색'(predator inspection)이다.

청소년 찌르레기는 올빼미와 사투를 벌이는 또래를 보고 올빼미를 피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10대 자녀는 왜 위험한 행동을 할까…신간 '와일드후드'
포식자인 대구와 함께 양식된 새끼 연어는 자연에 방류됐을 때 일부는 잡아먹혔으나 대체로 적을 피하고 또래들과 수비 태세를 갖춘다.

반면 대구와 전혀 접촉하지 않고 자란 어린 연어는 강에서 참혹한 결말을 맞이한다.

위험과 직면하는 동물 청소년의 행동은 실전 대비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와일드후드 시기의 동물이 배워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짝짓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행위 자체가 아니라 "욕구와 교감을 표현하는 독특한 행동"이다.

성적인 호감을 표시하고 상대의 의사를 읽어서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은 혹등고래와 같은 고등동물은 물론 조명나방처럼 인간의 눈으로 보면 보잘것없는 곤충에게서도 확인된다.

10대 자녀는 왜 위험한 행동을 할까…신간 '와일드후드'
심지어 초파리도 구애 행동을 하고 파트너가 맘에 들지 않으면 사양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책의 테마 중 하나는 동물 사회에서 나타나는 지위 문제다.

동물의 사회에서도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으며 자원의 세습이 관찰된다.

무리 내에서 지위가 높은 어미를 둔 '금수저' 하이에나 새끼는 더 많은 먹이와 안전한 환경을 보장받으며 또래나 어른 하이에나와의 다툼에서도 혈통을 뒷배로 삼아 상대를 쉽게 제압한다.

등급이 낮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하이에나 '슈링크'는 체구도 작고 연약했으며 지위가 가장 낮았다.

10대 자녀는 왜 위험한 행동을 할까…신간 '와일드후드'
하지만 슈링크는 특유의 사회성으로 운명을 바꾼다.

무리의 여왕인 '마푸타'에게 몇 번이나 간청한 끝에 인정받았고 마푸타의 젖을 먹고 건강하게 자랄 기회를 획득한 것이다.

부모 도움 없이 먹이를 확보하는 것은 동물 청소년의 자립에서 가장 중요한 숙제다.

동물 학부모는 인간 못지않게 열성적으로 교육한다.

표범은 새끼가 독립할 시기가 다가오면 먹잇감을 찾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사냥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하며, 몽구스는 생후 1개월 된 새끼를 선생님에게 보내 사냥법을 가르친다.

응석을 부리면 따끔하게 대한다.

아들 독수리가 홀로서기 시점을 반복해 늦추면 참다못한 어미 독수리는 먹이를 사냥할 때처럼 공중에서 급강하하며 발로 새끼를 때리는 '못된 부모' 행동으로 떠나라고 명령한다.

10대 자녀는 왜 위험한 행동을 할까…신간 '와일드후드'
책은 부모가 자식을 영원히 보호할 힘이 없다는 것과 일정 시기가 지나면 부모가 더 이상 자식의 운명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는 자연의 원칙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저자들은 진화 과정에서 동물들에게 프로그램된 정교한 메커니즘을 진지하게 탐구하고서 자녀 양육에 노심초사하는 이 시대의 부모들에게 교훈이 될 메시지를 던진다.

"자식을 너무 오랫동안 보호하느라 포식자나 위험, 죽음 등을 배울 적절한 학습 기회를 놓친다면 동물이나 인간 부모는 할 수 있는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과잉보호를 받고 자란 동물은 어른으로서 안전감을 갖는 데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채 성장한다.

"
썸앤파커스. 김은지 옮김. 44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