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서워요"…가정·사회가 준 상처에 은둔 택한 청년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학대·따돌림 등으로 관계 두려워해…사회생활 좌절로 이어져
"세상에 내 자리 없다고 느껴"…"안정감 찾는 것이 중요" "은둔 생활할 때에는 늘 밤낮이 뒤바뀌어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과 정반대되는 생활을 하게 되면 마주치지 않아도 되거든요.
"
지난 13일 사단법인 씨즈에서 운영하는 고립·은둔청년 활동공간 두더집(서울 은평구 소재)에서 만난 연결(가명·38)씨는 여전히 "사람과 인간관계가 무섭다"고 했다.
같이 생활하는 가족부터가 그랬다.
가정에서 받은 상처는 가정 바깥에서도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품고 관계를 회피하게 했다.
가족 외 누군가와 장기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연락을 이어가 본 경험이 없다.
그는 53명8천 명(2021년 기준·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달한다는 '고립 청년' 중 한 명이었다.
연결 씨는 늘 단기 아르바이트, 혹은 계약직으로 일했다.
오랫동안 관계를 맺으며 일하는 것이 두렵고 정규직에 지원할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이 끝나면 다시 고립과 은둔의 삶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다시 최소한의 용돈벌이를 위해 단기 일자리를 전전했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처음 느낀 건 초등학생 때였다.
연결 씨는 본인을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도 못 해 오줌을 싸던 아이'로 기억한다.
어머니는 연결 씨의 이런 모습에 실망하고 화를 냈다.
"하루는 처음 뵙는 어머니 친구와 노래방을 갔는데, 내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집에 갈 때까지 창피하다며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
가정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부정당한 연결 씨는 점점 혼자 있고 뭐든지 혼자 하는 아이로 자라났다.
부모님의 이혼과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서는 거의 방임 상태에 놓이게 됐다.
학교에서는 '속옷도 잘 갈아 입지 않는다'며 따돌림을 당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가정 불화 속에서 미대 입시에 실패하고 2년제 대학을 졸업한 연결 씨는 본격적인 은둔 생활에 들어갔다.
입시로 인한 좌절감은 그를 더욱 방으로 숨게 했다.
14시간 넘게 자고, 밥은 하루에 한 끼를 먹을까말까 했다.
가족은 그런 그에게 더욱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생활 자체가 매우 어렵고 힘이 든다"고 털어놨다.
하루하루 버티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직장·결혼·출산 등은 꿈도 못 꿀 일이 됐다.
"성장배경이 나는 남들과는 다르고 모자란다는 생각을 갖게 했던 것 같아요.
남들보다 모자라니까 남들이 갖는 걸 가진다는 건 꿈도 못 꿨고요.
"
사단법인 씨즈에서 연결 씨와 같은 고립 청년들을 돕는 오쿠사 미노루 팀장은 이에 대해 "가정과 사회가 나를 부정하고 있다는 생각에 회피하고 숨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립·은둔청년들은 '세상에 내 자리가 없다'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이 '뭔가를 해야 한다, 해내야 한다'는 압박 대신 심리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씨즈에서 운영하는 자립역량강화사업 '두두학당'에 참여하고, 올해 초 정신질환자에게 제공되는 자립생활주택에 입주하게 되며 연결 씨는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다.
두두학당은 치유적 글쓰기 등을 통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고립에서 벗어나 또래 청년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처음 만나게 됐고, 나만 모자라거나 이상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 큰 위안이 됐어요.
서로 도움이 되는 말들을 고민하고 주고받으면서 치유가 돼요.
"
가족들과 떨어져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기회였다.
그는 "은둔청년들이 위협을 느끼고 방에 틀어박히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해 안정감을 찾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쿠사 팀장 또한 "경찰에 신고할 만한 가정폭력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정서적 학대와 방임 등은 고립·은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두더집처럼 청년들이 안정을 찾아 모여들 수 있는 쉼터와 같은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34세 가운데 '고립 청년'의 비율은 2019년 3.1%에서 2021년 5%로 늘었다.
정부는 새로운 복지 수요인 고립·은둔 청년 지원을 위해 실태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연결 씨는 자신을 '활동형 외톨이'라고 정의하며 여전히 고립·은둔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서울시 정신건강통합센터에서 월 40시간 일을 하고 훈련수당 개념의 돈을 받는다.
독립과 치유활동으로 단기대출을 받거나 하는 일 없이 자립하는 게 목표다.
"언젠가는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
/연합뉴스
"세상에 내 자리 없다고 느껴"…"안정감 찾는 것이 중요" "은둔 생활할 때에는 늘 밤낮이 뒤바뀌어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과 정반대되는 생활을 하게 되면 마주치지 않아도 되거든요.
"
지난 13일 사단법인 씨즈에서 운영하는 고립·은둔청년 활동공간 두더집(서울 은평구 소재)에서 만난 연결(가명·38)씨는 여전히 "사람과 인간관계가 무섭다"고 했다.
같이 생활하는 가족부터가 그랬다.
가정에서 받은 상처는 가정 바깥에서도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품고 관계를 회피하게 했다.
가족 외 누군가와 장기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연락을 이어가 본 경험이 없다.
그는 53명8천 명(2021년 기준·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달한다는 '고립 청년' 중 한 명이었다.
연결 씨는 늘 단기 아르바이트, 혹은 계약직으로 일했다.
오랫동안 관계를 맺으며 일하는 것이 두렵고 정규직에 지원할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이 끝나면 다시 고립과 은둔의 삶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다시 최소한의 용돈벌이를 위해 단기 일자리를 전전했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처음 느낀 건 초등학생 때였다.
연결 씨는 본인을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도 못 해 오줌을 싸던 아이'로 기억한다.
어머니는 연결 씨의 이런 모습에 실망하고 화를 냈다.
"하루는 처음 뵙는 어머니 친구와 노래방을 갔는데, 내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집에 갈 때까지 창피하다며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
가정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부정당한 연결 씨는 점점 혼자 있고 뭐든지 혼자 하는 아이로 자라났다.
부모님의 이혼과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서는 거의 방임 상태에 놓이게 됐다.
학교에서는 '속옷도 잘 갈아 입지 않는다'며 따돌림을 당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가정 불화 속에서 미대 입시에 실패하고 2년제 대학을 졸업한 연결 씨는 본격적인 은둔 생활에 들어갔다.
입시로 인한 좌절감은 그를 더욱 방으로 숨게 했다.
14시간 넘게 자고, 밥은 하루에 한 끼를 먹을까말까 했다.
가족은 그런 그에게 더욱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생활 자체가 매우 어렵고 힘이 든다"고 털어놨다.
하루하루 버티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직장·결혼·출산 등은 꿈도 못 꿀 일이 됐다.
"성장배경이 나는 남들과는 다르고 모자란다는 생각을 갖게 했던 것 같아요.
남들보다 모자라니까 남들이 갖는 걸 가진다는 건 꿈도 못 꿨고요.
"
사단법인 씨즈에서 연결 씨와 같은 고립 청년들을 돕는 오쿠사 미노루 팀장은 이에 대해 "가정과 사회가 나를 부정하고 있다는 생각에 회피하고 숨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립·은둔청년들은 '세상에 내 자리가 없다'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이 '뭔가를 해야 한다, 해내야 한다'는 압박 대신 심리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씨즈에서 운영하는 자립역량강화사업 '두두학당'에 참여하고, 올해 초 정신질환자에게 제공되는 자립생활주택에 입주하게 되며 연결 씨는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다.
두두학당은 치유적 글쓰기 등을 통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고립에서 벗어나 또래 청년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처음 만나게 됐고, 나만 모자라거나 이상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 큰 위안이 됐어요.
서로 도움이 되는 말들을 고민하고 주고받으면서 치유가 돼요.
"
가족들과 떨어져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기회였다.
그는 "은둔청년들이 위협을 느끼고 방에 틀어박히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해 안정감을 찾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쿠사 팀장 또한 "경찰에 신고할 만한 가정폭력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정서적 학대와 방임 등은 고립·은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두더집처럼 청년들이 안정을 찾아 모여들 수 있는 쉼터와 같은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34세 가운데 '고립 청년'의 비율은 2019년 3.1%에서 2021년 5%로 늘었다.
정부는 새로운 복지 수요인 고립·은둔 청년 지원을 위해 실태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연결 씨는 자신을 '활동형 외톨이'라고 정의하며 여전히 고립·은둔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서울시 정신건강통합센터에서 월 40시간 일을 하고 훈련수당 개념의 돈을 받는다.
독립과 치유활동으로 단기대출을 받거나 하는 일 없이 자립하는 게 목표다.
"언젠가는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