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출마선언 때 공화당, AI 이미지 활용해 바이든 재선반대 캠페인
트럼프는 체포 사진 확산…AI가 만든 '진짜 같은 가짜'에 美 우려
[특파원 시선] 트럼프 체포·바이든 디스토피아…美정치판에 들어온 AI
"중무장한 미군이 샌프란시스코를 순찰하고 미국 남부 국경은 이민자로 넘쳐나며 중국 전투기가 대만을 폭격하는 미래 모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3분가량의 동영상을 통해 2024년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을 때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도 이 같은 이미지가 담긴 32초 분량의 동영상 선거 광고를 공개했다.

'역대 최약체'인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경제 악화, 국경정책 후퇴, 범죄율 상승 등이 그 미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이 동영상은 내용보다는 제작 형식으로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바이든 2기 정부가 가져올 디스토피아를 그리면서 인공지능(AI)이 만든 이미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3월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에서 체포돼 끌려가는 모습 등이 담긴 '가짜 사진'이 인터넷 상에서 확산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미국 내에서는 2024년 대선이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거판에서 네거티브 공격은 다반사지만 AI가 만든 이미지 등의 경우에는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CNN은 공화당 전국위가 만든 광고를 시민들에게 보여주자 중무장한 군인들이 실제로 샌프란시스코를 순찰했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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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정당이나 후보 캠프뿐 아니라 특정 후보 지지자 개인들도 AI를 활용해 지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선거가 격화될 경우 '진짜 같은 가짜 콘텐츠'를 일반 유권자들도 만들어서 유포할 수 있고 이런 콘텐츠가 의도치 않게 선거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대럴 웨스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를 '허위 정보의 민주화'라고 규정한 뒤 "사람들이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을 만들기 위해서 더이상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다"면서 "AI는 일반인에게 홍보에 필요한 정교한 도구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올바르게 사용할 경우 장점도 적지 않다.

AI를 사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소규모 유권자 대상을 겨냥한 선거 운동이 더 용이해지며 인터넷상의 여론을 체크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마련하기가 더 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정치권 차원에서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디지털혐오대응센터의 임란 아메드 최고경영자(CEO)는 CNN에 "정당이 AI를 사용하는 것은 민주적 선거 질서의 조롱이 될 수 있다"면서 "정당 상호간 (일종의) 군축 및 비확산 조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한국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의 경우 공직선거법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등 선거 관련 법 체계가 다르기는 하지만 후보 지지자나 외곽 그룹 등에서 AI를 활용해 이른바 '선'을 넘는 선거운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