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숙원사업 탈락에는 '실망'…"사업규모 줄여서라도 재추진"

9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 등의 심의 결과를 놓고 지방자치단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도로나 철도 건설 등 숙원 사업이 예타 조사 대상에 오른 지자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예타 대상에서 탈락한 사업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면서 사업 규모를 줄여서라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상대 2차관 주재로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고 예타 조사 대상 사업 등을 심의·의결했다.

영월~삼척 고속도로 되고 서산공항 안되고…예타 놓고 희비
강원도는 강원 남부권 현안 사업인 영월∼삼척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예타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자 예타 통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평택∼삼척 고속도로 구간 중 유일한 미개설 구간인 영월∼삼척에 4조9천억원을 투자해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이 사업에 대한 예타 조사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약 10개월간 진행된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영월∼삼척 고속도로는 간선교통망이 극도로 취약한 강원 남부와 경북 북부 지역에 대한 수도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영월~삼척 고속도로 되고 서산공항 안되고…예타 놓고 희비
충남도는 KTX 공주역에서 세종시까지 20분대에 이동할 수 있는 '행복도시∼탄천 연결도로' 사업이 예타 조사 대상에 포함되자 반겼다.

이 사업은 2029년까지 사업비 4천365억원을 투입해 공주시 탄천면 삼각리(국도 40호)에서 KTX 공주역을 지나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국지도 96호)까지 23.5㎞를 왕복 4차로로 연결하는 것이다.

예타 조사를 통과해 이 도로가 생기면 KTX 공주역에서 세종까지 이동 거리가 32.9㎞에서 25.3㎞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이동 시간은 40분에서 25분으로 15분 단축된다.

그렇게 되면 충남 남부권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하루 평균 이용객이 수백명에 불과해 '유령역'이란 오명이 붙은 KTX 공주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충남도는 기대한다.

영월~삼척 고속도로 되고 서산공항 안되고…예타 놓고 희비
울산시는 부산 노포-양산 웅상-울산 무거-KTX 울산역을 잇는 총연장 48㎞ 규모의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사업(추산 사업비 3조원)이 예타 조사 대상에 오르자 환영했다.

이 사업이 실현되면 울산 신복에서 KTX 울산역까지 10분대, 부산 노포까지 30분대 생활권이 구축된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 신설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며 "이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면 울산과 동남권 발전의 대동맥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광주-나주 광역철도 건설사업도 예타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호남권 최초이자 혁신도시를 잇는 첫 광역철도 건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나주시는 기대했다.

이 사업은 광주 상무역-나주 남평읍-혁신도시-KTX 나주역을 연결하는 총길이 26.46㎞의 복선 전철을 건설하는 것으로, 예상 사업비는 1조5천192억원이다.

이 철도망이 구축되면 광주와 나주 간 평균 이동 시간이 81분에서 33분으로 48분가량 단축된다.

영월~삼척 고속도로 되고 서산공항 안되고…예타 놓고 희비
그러나 이들 지자체는 다른 주요 추진 사업이 예타 조사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을 감추지 못하면서 재추진 의사를 피력했다.

충남도는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서산공항 건설이 예타 조사 문턱을 넘지 못하자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사업비를 조정, 예타를 피하는 방법 등을 통해서라도 당초 목표대로 2028년 서산공항 문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서산공항은 서산시 고북·해미면 일원에 500억여원을 투입해 터미널과 계류장, 유도로, 진입도로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투트랙 전략'을 이용, 서산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사업비를 500억원 밑으로 조정해 예타를 피하거나, 예타 기준 사업비를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 통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사업비를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울산 지역 숙원 사업인 울산의료원 건립이 예타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울산시는 의료원 규모 축소 후 예타 재추진, 현재 추진 중인 산재 전문 공공병원 규모 확대 등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역의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제대로 된 공공병원 하나 없는 도시가 울산인데, 이번 평가에서도 지역의 의료 낙후나 공공의료 균형발전 등이 경제성 논리에 밀려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영월~삼척 고속도로 되고 서산공항 안되고…예타 놓고 희비
서울 구로차량기지의 광명 이전 사업이 이날 기재부 심의에서 타당성 부족 판정을 받아 무산되자 이 사업을 반대해온 경기 광명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그동안 광명시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이전 사업을 강행해 온 기재부와 국토부를 온전히 신뢰할 수만은 없다"며 두 중앙부처에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사업의 최종적이고 확실한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이해용 송형일 김인유 허광무 김소연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