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디오' 이조훈 감독 신작…올해 하반기 개봉
5·18 광주의 숨겨진 민간인 학살을 추적하다…영화 '송암동'
사람들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현장이라고 하면 대개 광주 전남도청과 금남로를 떠올린다.

그러나 광주 외곽 지역인 남구 송암동에서도 민간인 학살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송암동에서 벌어진 일을 재구성한 영화가 나왔다.

5·18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광주비디오)을 만든 이조훈 감독의 신작 '송암동'이다.

'송암동'은 '광주비디오'와는 달리 배우의 연기 중심인 극영화다.

이 영화는 관객을 1980년 5월 24일 송암동으로 데려간다.

금남로에서 계엄군이 집단 발포에 나서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하고, 무장한 시민들이 전남도청 점거에 들어간 직후였다.

전남도청에서 송암동 일대 총성에 관한 제보를 접한 시민군 '최진수'는 무기 회수를 위해 동료들과 트럭을 타고 송암동에 도착한다.

계엄군 헬기가 이따금 하늘을 맴돌며 경고 방송을 하지만, 송암동은 평화롭기만 하다.

광주 시내에 사는 자식에게 줄 반찬거리를 머리에 이고 가던 여성은 평상에 앉아 쉬면서 마을 주민에게 김치 맛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저수지에서 물놀이한다.

이곳에서 갑자기 총격전이 벌어진다.

이동 중이던 공수부대가 무차별 총격에 나선 것이다.

반찬거리를 이고 가던 여성이 총탄에 쓰러진다.

형의 큼지막한 신발을 신고 나온 아이는 총탄을 피해 달아나다가 벗겨진 신발을 찾으려고 돌아선 순간 총탄을 맞는다.

공수부대를 시민군으로 착각한 전투교육사령부 교도대는 공수부대에 사격을 퍼붓는다.

뒤늦게 오인 사격이라는 걸 깨닫고 교전을 중단하지만, 이미 공수부대원 9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친 뒤였다.

분노에 사로잡힌 계엄군 지휘관은 갑자기 주변 가택 수색을 지시하고 '폭도'로 보이는 사람을 다 잡아들이라고 명령한다.

민가에 숨어 있던 최진수 일행은 생사의 갈림길에 선다.

5·18 광주의 숨겨진 민간인 학살을 추적하다…영화 '송암동'
영화 '송암동'은 이 감독의 '광주비디오'와 대비된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란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송암동 민간인 학살 사건은 영상 자료로 쓸 만한 게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8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송암동'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송암동 사건은 사진 한 장 없고 비디오 한 컷도 없다"며 "다큐로 구성하기엔 제약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배우의 동작 하나도 철저히 증언에 따랐다.

이를 입증하려는 듯 영화 마지막에 송암동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증언 영상과 영화 속 해당 장면을 나란히 배치해 보여준다.

광주 출신인 이 감독에게 송암동 사건은 남의 일이 아니다.

이 감독은 "(5·18 당시) 송암동에서 산 하나 넘으면 되는 마을에 살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며 "'몇 살 많은 형들이 죽었는데 너도 나가면 죽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엄마가 말했다"고 회고했다.

이 감독은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에게 영화 '송암동'은 진상규명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조사위는 송암동 사건 당시 계엄군이 민간인 약 20명을 일렬로 세워 놓고 총살했다는 제보도 입수하고 조사 중이라고 한다.

'송암동'에도 이를 재구성한 장면이 나온다.

이 감독은 "그 사건의 가해자를 찾는 조사위의 활동이 다음 작품의 중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암동'은 재정 확보 등 준비를 거쳐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이며 이와는 별도로 특별 상영을 위한 모금도 진행 중이다.

이번 시사회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특별히 공개한 것이라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