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에세이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우울증의 늪을 현명하게 건너가는 법
침대에 누워 한 손가락도 까딱하기 싫을 때가 있다.

피곤할 때는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조금 다르게 생각해 봐야 한다.

아침 알람이 울리기 두세 시간 전부터 이미 깨어있다.

아침을 먹을지, 출근 때는 무얼 입을지 등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을 유영한다.

그러다가 미룰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겨우 일어나 무언가를 걸치고 출근길에 나선다.

직장에서는 모든 따분하고 지루한 업무를 지원해 도맡는다.

창의적인 일이 버겁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다시 잡생각에 사로잡힌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 기자인 바바라 포어자머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텼다.

우울증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묵직한 코끼리가 가슴 한편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시달렸다.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면 무거운 마음이 없어질 줄 알았다.

대학만 합격하고 나면, 취업만 하고 나면, 애만 낳고 나면….
"일단…하고 나면"이란 믿음에 매달리며 그는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고통은 '과제'를 완수해도 없어지지 않았다.

코끼리는 마음의 심연 속에서 어느 순간 치솟아 올라 순식간에 몸을 짓눌렀다.

코끼리의 정체는 우울증이었다.

그때마다 휴식에 의지했고, 책에 집착했으며 주변에 의지했다.

그래도 고통은 해결되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찾아드는 편두통은 우울증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그는 적극적으로 정신과를 찾아 약물 처방을 받기 시작했다.

심리상담도 받았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정신적 질병을 통제하고 싶었다.

우울증의 늪을 현명하게 건너가는 법
그러나 삶을 통제하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질병을 완벽히 통제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한동안 괜찮아졌다가도 어느 순간 우울증이 다시 그를 찾아왔다.

수십 년간의 고투 끝에 그가 깨달은 건 질병을 관리하는 법이었다.

우울증이 찾아오면 병원에 가 약을 먹으면 된다.

그뿐이다.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병을 당뇨나 천식처럼 받아들이는 법"을 그는 배웠다고 한다.

여전히 그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렇다고 우울증에 지배당하지도 않는다.

그저 "우울증 증상을 다룰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뿐이다.

그는 우울증이 나라는 전체의 한 조각이라는 점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를 정의하는 건 흐늘거리는 팔도, 처진 가슴도, 내 질병도, 사랑도, 분노도, 내가 쓰는 것도, 말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아니라 그 모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웅진지식하우스)는 우울증과 함께한 저자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다.

그는 책에서 우울증을 완전히 극복하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증상과 증상 사이, 그 '사이'를 살아가는 인생 또한 아름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라고. "부디 이불 속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쓴 책을 읽으며 자가 치료하려 하지 말라"고.
284쪽. 박은결 옮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