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 극심한 안성 배 농장…나무당 200개씩 열리던 아기 열매 10개 남짓
경기도 16개 시군서 과수 880㏊ 냉해…안성 피해 면적만도 341㏊ 달해

"작년에 열매가 200개 넘게 달린 나무예요.

어디 열매 한번 찾아보세요.

"
[르포] "작년 7천상자 수확했는데 올해는 500상자나 될까 모르겠어요"
4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보동리 홍해원(71) 씨의 배 농장.
솎아내기를 해야 할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야 할 초록색 아기 열매가 나무 전체를 둘러봐도 기껏 10개도 채 안 돼 보였다.

이곳에서 1만평 규모의 배 농장을 40년 넘게 운영 중인 홍씨는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홍씨는 "냉해가 심한 해엔 아무리 못해도 한그루당 열매가 30에서 40개는 열렸는데 올해처럼 열매를 찾아보기 힘든 건 또 처음 본다"며 "작년에 한 7천 상자(15㎏) 정도 땄는데 올해는 500상자나 될까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냉해로 꽃잎이 수정이 안 된 채 다 떨어져 죽어서 이렇게 된 것"이라며 "올해는 수확량이 10%도 채 안 돼 뱃값이 금값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근의 또 다른 배 농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50년 넘게 이곳에서 배 농사를 지은 홍석중(92) 씨는 미리 맺어놓은 수출 계약마저 파기할 위기에 놓이자 걱정이 태산이다.

[르포] "작년 7천상자 수확했는데 올해는 500상자나 될까 모르겠어요"
홍씨는 "과수원에서 수확할 배 가운데 1천개는 이미 수출 계약이 맺어져 있다"며 "그런데 나무마다 아기 열매가 10개도 채 열리지 않은 것은 물론, 품질 좋은 열매가 맺히는 꽃은 수정조차 안 되고 떨어진 탓에 과실의 품질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안성시 내에서도 대덕면 배 농장에서 이렇게 피해가 컸던 것은 지대가 다른 곳보다 다소 낮아 찬 공기가 더 오래 머물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대덕면사무소 관계자는 "우리 면 안에서도 보동리와 모산리는 다른 곳보다 지대가 낮아 냉해가 비교적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어떤 농가에선 인공수정을 5차례나 했는데도 이번에 열매가 거의 달리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지난 3월 말 이상저온 때 우려하던 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포] "작년 7천상자 수확했는데 올해는 500상자나 될까 모르겠어요"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시군에 접수된 냉해는 16개 시군, 918농가, 880㏊에 이른다.

면적 별로는 안성이 341.8㏊(38.9%)로 가장 많고, 이천 130.9㏊(14.9%), 남양주 107.8㏊(12.3%), 여주 85.6㏊(9.7%), 평택 78.0㏊(8.9%) 등이다.

농가 수로도 안성이 312개 농가(34.0%)로 가장 많고, 이천 129개 농가(14.1%), 남양주 115개 농가(12.5%), 평택 80개 농가(8.7%), 여주 74개 농가(8.1%) 등이 뒤를 이었다.

작목은 배(580㏊)와 복숭아(107㏊)가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사과(66㏊) 등도 일부 포함됐다.

이번 냉해는 지난 3월 27일부터 지난달 9일 사이 영하 5도 안팎의 기온이 최대 6시간 이상 지속되고, 이후에도 비바람에 서리까지 내려 발생했다.

과수 꽃이 필 시기에 암술이 얼어 까맣게 고사하면서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아기 열매까지 맺히지 않아 과수 농가 피해가 현실화한 것이다.

경기도와 일선 시군은 피해 접수 내용을 토대로 오는 12일까지 정밀 피해조사를 실시한 후 병해충 방제를 위한 농약대와 생계비 등을 재난지원금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