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경상흑자 전망치 160억달러로 하향..."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아"
반도체 가격 하락 등 교역조건 악화가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이 160억달러에 그칠 것이란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지난 2월 전망 때보다 115억 달러 낮춘 건데, 다만 경상수지 흑자 폭의 축소가 외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KDI는 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경상수지 변동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상수지는 한 국가가 무역, 해외 투자, 서비스 교역 등 모든 경제 영역을 통틀어 돈을 얼마나 벌어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수출과 수입만 따지는 무역수지보다 훨씬 큰 개념이다.

KDI 분석 결과, 세계교역량과 교역조건이 1%포인트 상승하는 경우, 경상수지(GDP 대비)는 각각 최대 0.13%포인트, 0.43%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실효환율이 1% 상승하면 경상수지는 최대 0.09%포인트 증가했으나, 내수가 1%포인트 증가하는 경우 경상수지는 최대 0.60%포인트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지난해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된 배경으로 원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과 반도체 등 가격 하락 등으로 교역조건(수입가격 대비 수출가격)이 악화한 점, 내수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인 점 등을 꼽았다.

교역조건 악화는 작년 하반기 경상수지 하락에 -2.4%p, 내수는 -1.0%p 기여했다.

세계교역량과 실질실효환율의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분석 결과 KDI는 올해 경상수지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0%에 해당하는 160억달러 흑자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KDI가 2월에 제시했던 전망치(275억달러)보다 대폭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GDP 대비 1.8%에 해당하는 298억달러였다.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세계 경제 부진이 상반기에 지속되고 하반기에 회복되더라도 우리 예상보다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는 점이 (전망에) 들어갔다"며 "내수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인 점도 전망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KDI는 상반기에 경상수지가 100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당초 17억달러 흑자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서 적자 예상으로 돌아섰다.

하반기에는 경상수지가 26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상품수지의 경우 올해 상반기 90억달러 적자, 하반기 150억달러 흑자로 연간 60억달러 흑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대외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현재 한국경제의 대외건전성을 고려할 때 외환위기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작년 기준 GDP 대비 25%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GDP 대비 46%인 순대외자산 규모 등은 과거 외환위기를 겪은 국가와 큰 격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순자산국이 경상수지 하락으로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거시경제정책 기조가 경상수지의 단기적 변동에 지나치게 좌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KDI의 제언이다.

김 총괄은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여건의 악화로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하려면 내수를 둔화시켜야 한다"며 "이는 내수 경기와 밀접한 고용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