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노동자 "무슬림이라 돼지 부속물 다루기 어려워" 호소
노조 "사업장 변경 요건 엄격…종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야"
일터 변경 요청했으나 거절…"이주노동자 선택 권리 보장"(종합)
방글라데시 국적의 한 이주노동자가 종교적인 이유로 사업장 변경 신청을 요구했으나 사업주로부터 거절당했다.

노조는 "일터를 선택할 자유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라며 "노동 당국은 사업장 변경 신청을 집행하고,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를 손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주노동자 하이 압둘씨와 비정규직이제그만전북공동행동은 3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압둘(40)씨는 지난 1월 고용허가제도를 통해 한국에 입국해 정읍의 한 제조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화장품 생산 업무를 담당한다는 안내와 달리 그에게는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돼지 부속물을 세척하는 일이 주어졌다.

무슬림으로서 돼지고기를 만질 수도, 먹을 수도 없었던 압둘씨는 노조의 도움을 받아 전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전주고용센터)를 찾아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센터는 '해당 사안은 사업장 변경 신청 대상이 아니다'며 외면했다.

압둘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체류 자격을 잃게 될까 두려워 몇 달간 돼지 부속물을 세척했지만, 율법을 어긴다는 생각에 매일 괴로웠다"며 "어지러워서 병원을 다녀온 뒤 휴식하자 무단퇴근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를 해 한 달째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열심히 일을 해 고국에 있는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돈을 보내고 싶다"며 "이렇게 기숙사에만 있다가 쫓겨나게 될까 봐 매일매일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업장 변경 사유 고시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가 종교 등의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받으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압둘씨는 거절당했다"며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서만 일하는 장소를 바꿀 수 있어 자유롭게 일터를 선택할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헤아려야 할 전주고용센터는 사측의 입장만 대변했다"며 "이제라도 압둘씨의 사업장 변경 신청을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전주고용센터는 "압둘씨와 사업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주고용센터 관계자는 "표준근로계약서 일부가 한글로 작성돼 이해가 어려웠다고 해도,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한국 입국 전 이주노동자에게 안내가 된다"며 "이것을 종교적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고 보기는 적절치 않아 사업장 변경 요건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데 사업장 변경 신청을 허가할 경우 압둘씨와 함께 입국한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업주가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양측의 입장차이를 이해하는 만큼 입장을 조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