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빅테크와 긴밀 접촉"…IPEF 협상도 적극 조언 구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구글이나 아마존 등 자국의 빅테크 기업들와 긴밀히 접촉하면서 통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정황이 내부 문서로 확인됐다고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이날 시민단체인 '디맨드 프로그레스'(Demand Progress)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빅테크와 USTR간에 오간 이메일을 분석해 블룸버그에 제공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8월 카란 바티아 당시 구글 정책협력 담당 부사장은 '구글갑질 방지법'으로도 불리던 한국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갑질 방지법' 구글 우려에 美USTR 대표 "한국에 연락할 것"
이 법안은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자사의 결제시스템(In App) 강요를 못 하도록 막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인앱결제 금지법'으로도 불린다.

바티아 부사장은 이메일에서 한국 국회의 개정안 추진 상황을 걱정하면서 "한국 정부에 우려를 제기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며칠 뒤 답신에서 타이 USTR 대표는 한국측 상대방에게 "연락할 것"이라며 계속 상황을 잘 지켜보겠다고 약속했다.

이 메일들은 구글과 애플의 앱스토어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법률을 놓고 USTR이 한국 정부 관리들에 연락하려 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또 다른 이메일들은 USTR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만드는 과정에서 빅테크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해왔음을 보여준다.

USTR은 IPEF가 공론화되기 전인 작년 초부터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취지에서 세라 비앙키 부대표와 아마존과 구글 측 관계자간 모임을 먼저 요청했다.

USTR은 작년 1월 이메일을 통해 아마존 측 대관업무 담당인 마이클 펑크 전 세계무역기구 주재 미국 대사 등과 여러 차례 만남을 요구했고, 같은 해 2월에는 USTR 간부 출신으로 구글로 이직한 베나즈 키브리아와 접촉했다.

'갑질 방지법' 구글 우려에 美USTR 대표 "한국에 연락할 것"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와 유관 협회인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에는 USTR 출신 인사들이 채용돼있다.

작년 5월 미국 주도로 출범한 IPEF는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 자유무역협정(FAT)과 달리 디지털 전환, 공급망 교란, 기후변화 등을 핵심 의제로 다루며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타이 USTR 대표는 지난달 20일 "연내 IPEF의 협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내 진보적인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독과점 규제 악화 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대표적인 진보 인사인 워런 상원의원은 "이메일들을 보면 무역 정책에서 노동자와 소비자를 우선시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USTR가 대형 테크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빅테크와 그들의 로비 조직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과 무역정책을 비밀스럽게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갑질 방지법' 구글 우려에 美USTR 대표 "한국에 연락할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