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영대 길고양이 사고에 SNS 모금, 병원도 수술비 할인
교통사고 '줄냥이' 살리자…대학가 학생·주민들 1천만원 모아
교통사고를 당해 1천만원이 넘는 치료비가 나온 대학가 길고양이를 주변 상인들과 대학생들이 돈을 모아 돌보고 있다.

광주 북구 서영대학교 주변에는 주인은 없지만 학교 주변에 살며 인근 주민·대학생들과 이웃처럼 지내는 길고양이들이 있다.

학생들은 고양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줬고, 얼룩무늬 외모의 특색을 살려 한 고양이에게는 '줄냥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런 줄냥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널 뻔한 사고를 당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5시께 서영대 정문 교차로를 달리던 미니버스가 줄냥이를 들이받았다.

차도를 건너던 줄냥이는 버스에 치이는 충격 여파로 튕겨 나갔고, 안구가 돌출되는 등 크게 다쳤다.

버스 운전사는 '이름 없는 동물'을 버리듯 줄냥이를 도로 옆에 놔두고선 현장을 떠났다.

이를 본 대학 주변 애견미용삽 업주 등은 '이웃과 같은 동물'을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주인이 없던 줄냥이는 제대로 된 치료 없이 임시방편으로 진통제 정도만 맞고서는 위험한 몸상태로 결국 지역 한 동물보호소로 인계됐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서영대 경비원 김장윤(67) 씨는 줄냥이를 찾아 허겁지겁 동물보호소로 달려갔고, 생명이 위태로운 줄냥이를 품에 안은 김씨는 규모가 큰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수술대에 올렸다.

새벽까지 이어진 수술 덕에 줄냥이는 다행히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교통사고 '줄냥이' 살리자…대학가 학생·주민들 1천만원 모아
생명부터 살리자는 마음에 덜컥 줄냥이를 수술했지만, 김씨에게는 1천200만원가량의 진료비 영수증이 남겨졌다.

김씨는 할 수 없이 평소 줄냥이를 예뻐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학생들은 SNS를 활용, 동네 주민들에게도 줄냥이 소식을 알리며 '수술비 마련' 모금에 나섰다.

줄냥이가 대학 주변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사흘 만에 모인 모금액으로 증명됐다.

사흘 동안 700여명이 1인당 많게는 30만원까지 모금에 참여해 모두 1천만원이 모였다.

줄냥이를 위해 모금에 참여한 이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힘내'라는 문구로 이체자를 대신했다.

뒤늦게 줄냥이의 사연을 들은 동물병원도 진료비 절반을 할인해 주기로 하면서 치료비 부담도 덜었다.

김씨는 2일 "70% 정도 건강을 회복했다고 수의사로부터 들었다"며 "다행히 수술이 잘 마무리됐고 줄냥이도 잘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반려동물이 다친 것처럼 나서 준 서영대학교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제가 줄냥이 주인은 아니지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이분들의 사랑이 모여 줄냥이가 다시 눈을 뜰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