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받은 사랑 잊을 수 없지만, 지금은 두산을 위해 뛴다"
이승엽 감독 "이제 나는 두산 사령탑…삼성 팬도 이해해주실 것"
'두산 베어스 사령탑' 이승엽(46) 감독의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방문은 2023 KBO리그 시즌 초 주요 이슈였다.

그러나 정작 이승엽 감독 자신은 "별다른 느낌이 없다.

대구는 내 고향이고, 삼성 라이온즈에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야구장에 오면서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며 "그만큼 이제는 완전한 '두산의 일원'이 됐다"고 밝혔다.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두산-삼성전은 비로 취소됐다.

관중이 입장하기 전에 취소 결정을 해, 관중석은 텅 비었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의 사령탑 부임 후 첫 대구 방문을 기록하려는 취재진의 열기는 뜨거웠다.

반면 이승엽 감독은 '냉정'을 유지했다.

이 감독은 "오늘 라이온즈 파크에 오면서 '경기가 취소되면 선발 로테이션을 어떻게 운영할까.

상대는 선발 투수를 바꿀까' 등 경기 운영에 관해서만 생각했다"며 "오늘 경기가 취소돼 처음으로 (원정) 1루 더그아웃에 짐을 푼 것에도 별다른 느낌을 받지 않았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승엽 감독 "이제 나는 두산 사령탑…삼성 팬도 이해해주실 것"
이승엽 감독은 '두산 사령탑' 자리에 익숙해졌지만, 많은 삼성 팬이 아직 반달곰 유니폼을 입은 이승엽 감독의 모습을 낯설어한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린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 스타다.

'대구 야구'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홈런 467개를 쳤다.

KBO 통산 홈런 1위이고,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56개)도 보유하고 있다.

KBO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했다.

이승엽 감독이 일본에서 뛸 때도 삼성 팬들은 그를 '우리 선수'라고 불렀다.

삼성 색이 짙은 이승엽 감독은 두산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승엽 감독 "이제 나는 두산 사령탑…삼성 팬도 이해해주실 것"
이승엽 감독은 "삼성에서 받은 사랑은 평생 잊을 수 없다.

현역 시절 좋았던 기억이 정말 많다"고 삼성과 대구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지금 나는 두산 유니폼을 입은 지도자다.

지금은 삼성 라이온즈에 애정을 드러낼 수 없다.

지금은 두산만을 위해 뛰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두산과 감독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 팬들도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양해도 구했다.

삼성에서 함께 뛰며 친분이 깊었던 구자욱 등 삼성 선수들과도 일단 거리를 둘 생각이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3월 25∼26일 잠실에서 벌인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도 훈련 시간에 외야로 나가, 삼성 선수들과의 만남을 피했다.

이 감독은 "자연스럽게 만나는 걸 거부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인위적으로 만나는 건 조심스럽다"며 "삼성 선수들과는 멀리서 눈인사 정도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타석에 서거나, 마운드에 오르는 선수들과 달리 감독은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

이 감독은 "삼성 팬들에게 경기장에서 인사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어쩔 수 없이 이승엽 두산 감독에게 '삼성과의 인연'은 '사적인 일'이 됐다.

'사적인 일'에는 조심스러워하던 이승엽 감독은 두산에 관한 '공적인 일'에는 한결 편안하게 답했다.

이 감독은 "라울 알칸타라가 26일 삼성전에 선발 등판한다.

오늘 등판 예정이었던 김동주가 27일에 마운드에 오른다"며 "곽빈은 허리 근육통 탓에 주중 경기 등판이 어렵다.

정상적으로 회복하면 30일 SSG 랜더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산에 관해 설명할 때 이승엽 감독은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삼성 팬들에게 이승엽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의 전설적인 타자'로 기억된다.

라이온즈 파크 오른쪽 외야 관중석 뒤에 자리한 '벽화'로 '선수 이승엽'은 영원한 삼성 타자'로 남았다.

하지만, 현실의 이승엽 감독은 '두산 베어스의 재건을 이끄는 지도자'로 살고 있다.

이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삼성 팬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