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외산차, 사고율 더 높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비싸게 주고 산 고급 외산차, 보험사는 싫어한다?



누구든 비싼 돈을 지불하고 산 물건은 애지중지 아끼기 마련이죠. 하지만 의외로 값비싼 외산 자동차가 사고율이 높다는 재미있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사고율이 높은 차량은 보험사에서 싫어하기 마련이죠. 벤츠나 BMW를 몰게 되면 정말 조심조심 상처 하나 안 나게 다룰 것 같은데, 사고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파헤쳐 보겠습니다.

◆ 5년식 이하 새차, 외산차가 사고율 더 높아



자동차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손해보험사들의 차량가액별 자차담보 사고율을 분석한 결과, 5년식 이하 국산차의 2022년 기준 전체 사고율은 9.0%, 5년식 이하 외산차는 10.3%로 나타났습니다. 5년식 이하인 개인용 자동차를 대상으로 통계를 낸 만큼 사고율이 전반적으로 높지는 않지만, 국산차보다 외산차보다 오히려 사고율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량가액으로 나눠서 보더라도 5,000만 원 초과 7,500만 원 이하 차량도 국산차의 사고율은 10.4%, 외산차는 10.6%로 근소한 차이지만 외산차 사고율이 더 높았습니다. 1억이 넘는 고가 차량의 경우에는 국산차 사고율이 7.7%, 외산차는 10.6%로 그 차이는 더 커집니다.

1억5,000만 원을 넘는 초고가 차량의 경우엔 어떨까요. 국산차의 사고율은 20.4%, 외산차는 9.3%로 국산차의 사고율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는 1억5,000만 원이 넘는 국산차가 적은 '모수'의 영향으로 비율이 높아지는 효과로 분석됩니다. 1억5,000만 원이 넘는 국산차는 54대, 외산차는 1만8,521대로 대수에서 이미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고율이 더 높게 잡힐 수밖에 없는 겁니다.

◆ 속도 즐기는 젊은 층, 외산차 구매 늘어

그렇다면 애지중지 아낄 것 같은 고가의 외산차는 왜 사고율이 더 높은 걸까요. 여러 손해보험사의 사고율 통계치를 분석해본 결과 테슬라, BMW와 같은 '운전 재미'가 있는 차량들의 사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젊은 층의 외제차 구입이 늘면서, '속도감'을 즐기는 운전자가 늘어난 만큼 외산차 사고율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비싼 만큼 더 소중하게 다룰 수밖에 없겠죠. 국산차에 비해 외산차의 보험처리가 더 많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외산차는 전반적으로 고가 차량이 많은 만큼 경미한 긁힘에도 보험사에 사고처리를 접수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 대상인 5년식 이하 개인용 차량 자동차보험 전체 사고율은 9.2%인데 국산차 전체 사고율은 9.0%로 평균치보다 낮고, 외산차는 10.3%로 평균치를 웃돕니다. 해당 통계 출처가 보험업계인 만큼 실제 사고 빈도수가 더 높다고 직관적으로 해석할 순 없겠지만, 보험처리를 하는 차량은 외산차가 확실히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보험사가 외산차를 반기지 않는 이유

사고로 인한 보험접수가 많다는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 손해율이 높다는 의미겠죠. 사고가 나지 않을 수록 보험사에겐 좋은 차, 사고가 많을 수록 보험사에겐 손해가 큰 차량이 되겠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자동차 수리비용은 국산차의 경우 건당 평균 83만6,000원, 외산차는 174만3,000원입니다. 2배 가량 차이가 납니다. 외산차 보험료가 국산차보다 비싼 이유기도 하겠죠.

지난해 8월 수도권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침수차량이 늘었을 때에도, 침수피해 건은 국산차가 외산차보다 2배 이상 많았지만 손해액은 외제차 비중이 훨씬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이 시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외산차의 지나치게 높은 부품비 때문에 수리비 부담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손보업계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 상시 공급제도를 주장해오기도 했지만, 외산차 제조사들의 서비스 공급망 관리가 국내만큼 원활하지 않아 가격 안정화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대체부품 활용 방안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 외산차 차주 입장에선 선호하지 않기도 하죠. 외산차 수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들은 지속적으로 논의가 될 전망입니다.

★ 슬기로운 TIP

무분별한 부품비 지급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경미손상에 대한 수리기준을 담았습니다. '경미손상'은 자동차 기능과 안전성을 고려할 때 부품교체 없이 복원이 가능한 손상을 의미합니다. 단순 스크래치나 문콕 등 가벼운 접촉사고의 경우 부품교체 대신 복원수리를 시행하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경미손상 수리기준의 자세한 사례가 궁금하다면 보험개발원 홈페이지 내에서 손상유형별 수리기준, 유형별 수리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고관련 영상이나 사진 등 관련 서류를 홈페이지에 제출하면 정확한 상담서비스도 가능합니다.
'애지중지' 외산차, 사고율 더 높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