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컴퍼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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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열심히 준비해도, 항상 그 이상의 것들을 준비해 오셨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됐죠."

지난 15일 시청률 21%로 막을 내린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시즌2(이하 '모범택시2')에 출연했던 배우 표예진, 신재하는 입을 모아 이제훈을 이렇게 평가했다. 시즌1에 이어 '모범택시2'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마주한 이제훈은 "촬영을 마쳤다고 '와, 이제 내가 할 일 다 끝났다'고 내려놓은 작품이 아니었다"면서 "마지막까지 완성도 높은 양질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제작진과 계속 소통했고, 후시녹음이나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불러달라 했다. 마지막 회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고 봤다"면서 '모범택시2'에 '진심'임을 드러냈다.

'모범택시' 시리즈는 억울한 피해를 본 사람들이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를 통해 복수한다는 콘셉트의 작품.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지만, 극 중 등장하는 사건들은 실제의 것들을 재구성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제훈은 무지개 운수의 택시 기사 김도기 역을 맡아 다채로운 '부캐'를 선보이며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사이다 활약을 펼쳤다. 이번 시즌에서도 해외 취업 사기를 당한 신입사원부터 교도소의 '똘아이' 수감자까지 다채로운 모습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에피소드마다 메소드 활약을 펼치는 김도기의 모습에 찬사를 보내자 이제훈은 "저도 많이 즐겼다"면서도 "그래서 배우 활동 밑천이 다 드러났다"면서 웃었다.

"감독님, 작가님과 어떤 에피소드들이 들어갈지 대략적인 얘기는 들었지만, 어떤 '부캐'가 나올진 전혀 듣지 못했어요. 예전엔 대본을 보며 '이 인물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을 던졌다면, '모범택시'를 하면서는 외향적인 부분들, 그러면서도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부분들을 고민했어요. 그냥 '재밌게 놀아보자' 싶었죠.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었고, 배우 이제훈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남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많은 도기의 '부캐' 중 이제훈이 꼽은 가장 어려웠던 캐릭터는 '법사도기'였다. 이제훈은 "굿을 하고, 빙의를 하는 게 정말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다"면서 "액션은 '삭신이 쑤신다' 정도인데, 이걸 찍고는 앓아누웠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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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기반으로 많은 작품이 제작되지만, 다들 "사실을 모티브로 한 허구"라고 강조한다. 훗날 있을지도 모를 법적 시시비비를 피하고, 창작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모범택시2'는 시즌1에 이어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지 않는다.

'버닝썬 게이트'를 소재로한 에피소드의 경우, 클럽 이름 '블랙썬'을 비롯해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의 이름을 딴 '빅터', 경찰청장에게 음주운전 무마를 요청했던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의 이름을 뒤집은 '훈종' 등 실제 배경, 인물들의 이름을 비틀고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도록 작명했다. 여기에 언론 보도를 통해 여러 차례 공개됐던 모바일 단톡방 대화 내용까지 등장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아니냐"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이런 설정을 실제로 연기해야 하는 것은 배우이기에 부담감도 있을 법 했지만, 이제훈은 "예민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실제 소재로 가져온 부분은 좋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일이다'라고 염두에 둘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모범택시2'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들이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하고 끝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잖아요. 비슷한 범죄들이 계속 양산되기도 하고. 그래서 답답함과 화가 있었어요. 기억했으면 좋겠다 싶었죠. ''모범택시'에서 본 사건인데, 아직도 이러네' 이런 경각심을 느끼게 된다면,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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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허를 찌르는 카메오들의 등장도 '모범택시2'를 열광케 하는 요소였다. 특히 마지막 회에는 SBS '천원짜리 변호사'로 지난해 사랑받았던 배우 남궁민이 9회에 특별출연한 것에 이어 마지막 회에는 배우 김소연이 무지개운수 1호 기사로 등장했다. 또한 배우 문채원이 부대 내 성범죄 사건에 연루된 인물로 묘사되면서 다음 시즌을 기대하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어색한 일본어로 김소연에게 말을 건네는 바텐더가 '모범택시2'를 집필한 오상호 작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 작가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마자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 이제훈은 "작가님이 출연한 사실은 우리 모든 시청자분들이 알아야 한다"며 "'쟤 뭐야' 할 수 있는데, 우리 작가님이 애정을 담아 나오신 거다.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가 계속 카메오로 나왔던 거 같이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남궁민의 출연은 이제훈이 직접 섭외한 결과라는 후일담도 들려줬다.

"남궁민 선배님과는 제가 SBS '스토브리그'에 특별출연한 게 인연이 돼 서로 연락하는 사이가 됐어요. 선배님이 '천원짜리 변호사' 카메오로 나와 줄 수 있냐고 연락을 주셨는데, 저도 '모범택시2'를 준비하던 때라 '그러면 우리 같이 서로 나오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를 끊자마자 국장님, 작가님, 감독님께 연락을 드렸죠.(웃음) 그리고 작가님이 기가 막히게 써주셨는데, 너무 죄송한 게 드라마 마치고 신혼여행을 갔는데, ('모범택시2') 대본을 보게 만들었어요. 대사도 엄청 길잖아요. 거의 혼자 원맨쇼를 하는 건데, 선배님은 또 그걸 완벽하게 하시더라고요. 진짜 어마어마한 연기자인 걸 느꼈죠."

다른 배우들의 노력을 극찬했지만, 이제훈은 그런 배우들에게 "사기 캐릭터"라고 칭송받았다. 상의가 탈의 되는 한 장면을 위해 식단 조절을 하며 운동하고, 매회 등장했던 액션 장면 역시 대역 없이 대부분을 소화했다. 외적인 부분뿐 아니라 감정 연기에도 본인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의 것들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준비해 간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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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노력으로 배우로도 이미 대체 불가한 입지를 굳혔지만, 이제훈의 의미 있는 행보는 다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훈은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엔젤투자자'로 불리기도 한다. 기업가치 4조원의 유니콘 기업이 된 마켓컬리에 2015년에 투자한 건 유명한 사례다. 정의로운 캐릭터 김도기를 연기할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옳은 삶을 살고 싶다"는 이제훈이었다.

"배우 일을 하게 되면서 부당하고, 안 좋은 일임에도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조심스러워진 부분은 있어요. 배우라면 작품으로 의견을 전하는 것이 좋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또 연기자라는 직업이 사람을 연구하고, 캐릭터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보니 사회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거 같아요. 뉴스도 많이 보고요. 그런 부분들이 은연중에 행동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고요. 앞으로 그런 선택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전 배우니까 연기를 잘하고 싶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