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의 민낯…결국 미국차만 보조금

테슬라·포드 등 美브랜드만 보조금
한국·일본·독일 등 7개 브랜드 제외

<앵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세부 모델이 공개됐습니다. 결국 미국 전기차들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산업부 정원우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정 기자, 먼저 이번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미국 국세청, IRS가 우리시간으로 오늘 새벽 IRA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차종을 발표했는데요. 결국 미국산 브랜드 차량만 혜택이 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캐딜락과 쉐보레, 크라이슬러, 포드, 지프, 링컨, 테슬라 등 7개 브랜드 22개 차종인데요, 중복 모델을 제외하면 16개 차종이 보조금 대상입니다.

지난해까지는 14개사 39개 모델이 보조금을 받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독일 등 7개 브랜드는 빠졌습니다.

<앵커> 보조금 대상 차종이 왜 이렇게 줄어든 것이죠?

<기자> IRA 세부 지침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으로 한정 짓고 있고요, 기본 요건입니다.

이 가운데 배터리 ‘부품’과 ‘광물’ 두가지 요건이 구체화되면서 이번에 보조금 지급 대상이 상당폭 줄어든 것입니다.

요건을 보면 북미에서 제조와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할 경우 3,750달러,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나 미국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을 40% 이상 사용하면 또 3,750달러의 보조금 대상에 들어갑니다.

모든 요건을 충족해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모델은 10종에 불과할 정도로 세부 규정이 빡빡해진 것입니다.

IRA 법안 자체가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한다는 태생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결국 미국이 자국 브랜드에 보조금을 몰아주는 형국이 됐습니다.

<앵커> 우리 현대차나 기아는 애초부터 보조금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겠네요?

<기자> 우리나라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모델 중 유일하게 보조금을 받던 모델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되는 현대차 GV70이었는데 이번에 지급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그런데 GV70의 경우 3월부터 미국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3월 판매량은 45대에 불과했습니다. 어차피 못받던것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봐야할 것이고요. 다만 당장 공격적인 판매를 늘려가야되는 상황에서 어려움은 있는 것입니다.

미국 전기차 판매 1, 2위를 테슬라의 모델Y와 모델3는 2월에만 34,325대, 22,000대가 팔렸는데, 보조금 7,500달러를 풀로 받을 수 있어서 결국 미국산 브랜드의 판매가 더 공고해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입니다.

<앵커> IRA는 이미 작년부터 이슈가 계속돼 왔던 것이고. 우리 현대차와 기아의 대응은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일단 현대차그룹은 이번 보조금 대상 제외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IRA의 일종의 예외규정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리스나 렌트와 같은 상업용 차량 판매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지켜나간다는 전략입니다.

IRA는 지난해 8월 시행됐는데,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를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을 비교해봤습니다.

현대차는 4분기 6,902대를 팔았는데 올해 1분기 8,623대를 팔았고요, 기아는 4분기 4,031대에서 올해 1분기 6,080대를 판매했습니다.

전기차 판매량만 보면 IRA에도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상업용 차량 판매 전략이 어느정도 통하고 있다고 봐야할까요?

<기자> 어제 우리 산업부에서 자동차 수출 통계를 발표했는데 전기차에 수소,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을 포함한 미국 IRA 세액공제 적용 대상 차종의 미국 내 판매량는 작년 12월 주춤하다가 이후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2월 5천대에서 1월 5,300대, 2월 6,600대, 그리고 3월에는 7,500대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IRA 이슈에도 꾸준히 판매가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산업부는 상업용 차량 판매 비중이 작년 5% 수준에서 1분기 28%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거꾸로 추산해보면 앞서 말씀드린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1분기 1만4,703대인데 이중 28%면 4,116대 정도가 상업용 차량으로 판매가 돼서 보조금을 지급 받았다는 얘기입니다. 또 1만대 정도는 보조금 없이도 팔렸다고 봐야하는 것입니다.

여건이 어렵지만 리스나 렌트 판매 루트를 통해 IRA의 차별을 어느정도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앵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일종의 우회 전략으로 나갈 수만은 없을텐데요.

<기자> 그래서 현대차는 이번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GV70 배터리를 현재 중국산에서 북미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고요.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 공장이 각각 있었는데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현대차그룹 통합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작년에 연산 30만대 규모로 착공에 들어갔는데, 2025년인 준공 목표를 앞당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결국 현대차와 기아 모두 미국 현지 조립이라는 IRA 기본 요건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생산라인을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인 것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정원우기자 bkju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