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조기폐쇄 재판서 검찰-피고인들 팽팽히 맞서
"고리는 자발적 폐지, 월성은 강제" vs "잇단 지진으로 달라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월성 1호기 원전(월성 원전) 조기 폐쇄를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에 대한 재판에서 조기 폐쇄의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검찰과 피고인들이 팽팽하게 맞섰다.

대전지검은 18일 대전지법 제11형사부(최석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채 전 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사건 재판에서 '고리 1호기 때와 마찬가지로 월성 원전 폐로 절차에도 문제가 없다'는 변호인들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고리 1호기 폐지계획 설비현황조사표는 한수원이 자율적으로 폐쇄를 결정한 뒤 제출한 것이고, 월성 원전 폐지 의향을 담은 설비현황조사표는 산업부가 한수원에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처럼 압박, 강제한 것으로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고리 1호기는 이미 설계수명이 다 돼서 연장 여부를 놓고 논의가 있었고, 월성 원전은 가동이 예정돼 있었는데도 조기 폐쇄했다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월성 원전은 계속 가동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 전 장관 변호인은 "한수원은 공기업으로 지정된 공공기관인 만큼 정부(산업부)의 행정지도에는 절차적 문제가 없다"면서 "고리 1호기에도 같은 잣대로 감사와 수사가 진행됐었다면, 검찰에서 (한수원의) 자발성이 없었다고 충분히 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채 전 비서관 변호인도 "월성 원전 가동 중단을 고민하던 2017년 2월은 서울행정법원에서 월성 원전에 대해 운영 변경 허가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나온 때이고, 경주 대지진에 이어 포항 지진까지 발생한 상황이었다"며 "두 원전의 본질적인 차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로도 피고인 측이 "고리 1호기는 경제성이 있는데도 가동을 중단했는데, 적자 원전인 월성 원전을 돌리는 것이 어떻게 배임이고 직권 남용인가"라고 주장하자 검찰이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 월성 원전 정비기간을 늘리고 일부러 멈춰서 경제성을 낮추려고 한 것인데, 낮은 경제성이 사실인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고 맞서는 등 양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채 전 비서관과 백 전 장관은 정부 국정과제를 신속히 추진한다는 목표로 한수원에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향을 담은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하고, 이사회 의결로 조기 폐쇄·즉시 가동 중단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한수원 관계자들이 이사들의 배임 문제로 조기 폐쇄 의향 제출을 거부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기 폐쇄 의향이 담긴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라고 지속해서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고리는 자발적 폐지, 월성은 강제" vs "잇단 지진으로 달라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