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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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삼성전자의 메모리 감산을 두고 "안주하는 신호"라며 "이병철 선대 회장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13일(현지시간) '삼성은 인텔 같은 안주를 경계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매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감산을 결정하자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의 주가도 같이 뛴 것을 흥미롭게 봤다.

주가 동반 상승은 선두업체의 항복이 바닥이 가깝다는 신호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단순 해석 가능하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지는 메모리 삼두체제의 정상 자리가 너무 편해서 경쟁사들의 점유율을 더 뺏어오려는 욕구가 없을 수 있다는 더 정교한 설명도 있다고 짚었다.

이럴 경우 시장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전자가 안주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작년 11월 투자자 설명회에서도 안주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려고 하기보단, 전체 D램 시장이 3배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에 만족하는 듯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다른 분야에서도 안주하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자문사 뉴스트리트 리서치의 피에르 페라구씨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 기술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혁신 우위를 일부 뺏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는 생존을 위해 싸우지 않을 때, 안주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010년대 후반 미국의 반도체 업체 챔피언인 인텔이 첨단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밀리기 시작했을 때 그런 유의 비슷한 정서가 인텔을 정상에서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 역시 인텔에 친숙한 이유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짚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TSMC와 생산 능력이 같고 반도체 설계에선 아마 더 앞서 있는데도 시장 점유율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매체는 삼성전자가 TSMC와 경쟁하면서 반도체 생산 모델을 더 급진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코노미스트지는 삼성전자가 이병철 선대 회장 때의 초심을 되찾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1983년 이 전 회장이 '도쿄선언'으로 반도체 사업 진출을 발표할 때 한국에는 원자재는 부족하지만 교육받고 근면한 인력이 있다고 말한 것을 소개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