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산불 이재민 또 화마에 '상처'…무너진 일상에 '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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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 동해안 산불로 터전 잃고 강릉 산불에 또다시 피해
"그땐 젊기라도 했지…다 늙어서 이젠 뭐 해 먹고 살지 걱정" "첫 산불로 집을 잃었을 땐 젊기라도 했지…. 또 이렇게 이재민 대피소에 오게 될 줄 알았나…. 이젠 늙어서 의욕도 희망도 없어…."
딱 23년 전 4월에도 이런 바람이었다.
제대로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강풍을 타고 불씨는 금세 강릉 교동 터미널 턱밑까지 번졌다.
온 마을 사람들이 잠든 새벽잠에서 깬 아들이 "뒷산이 벌겋다"며 깨우지 않았다면 아마 전진한(69)씨도 화마(火魔)에 변을 당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새벽에 불이 나니까 마을 사람들도 다 자고 있었어…. 그래서 부랴부랴 뛰쳐나오면서도 집마다 문을 두드려 '불이야' 외쳤지. 근데 몇 발짝 뛰어다니지도 않았는데 불이 바로 코앞까지 번지더라니까…. 그때 못 피한 이웃들도 많이들 죽었어…."
겨우 몸만 빠져나온 전씨도 하루아침에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광경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남은 거라곤 챙겨 입고 나온 옷 한 벌이 다였지만, 그래도 전씨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겼다.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며 전씨는 다시 희망을 꿈꿨다.
그를 위해 기꺼이 소매를 걷어붙인 친구들과 직접 벽돌을 쌓아 올린 끝에 전씨는 산불 8개월 만에 저동 일대에 새 단독주택을 지었다.
부족한 돈은 아이들 이름 앞으로 들어둔 자녀교육보험비에서 보태며 마련한 소중한 새 터전이었다.
그러던 지난 11일 강릉 난곡동에서 시작된 산불로 전씨는 애써 가꾼 보금자리를 또다시 잃었다.
불길은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전씨 마을의 주택가를 집어삼켰다.
손 쓸 틈도 없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불길을 지켜보며 전씨의 억장도 함께 무너졌다.
"사실 작은 불만 봐도, 조금만 센 바람이 불어와도 마음이 늘 불안했어….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올 땐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그랬지…. 그런 게 힘들긴 해도 생활이 안정된 것만 해도 그저 좋아서 누르고 살았는데, 먹고살 만하니까 이렇게 또…. 너무 고통스러워…."
그간 농사를 지으며 생활해온 전씨는 밭이 다 타버린 탓에 앞으로의 생계마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모든 게 사라진 땅 위에서 다시 밭을 일구고, 건물을 세워 올리기엔 늙고 쇠약해져 버린 그였다.
"다 늙어서 이젠 뭐 해 먹고 사느냐"며 공허한 웃음을 보이던 전씨는 임시대피소 쉼터를 향해 힘없이 등을 돌렸다.
/연합뉴스
"그땐 젊기라도 했지…다 늙어서 이젠 뭐 해 먹고 살지 걱정" "첫 산불로 집을 잃었을 땐 젊기라도 했지…. 또 이렇게 이재민 대피소에 오게 될 줄 알았나…. 이젠 늙어서 의욕도 희망도 없어…."
딱 23년 전 4월에도 이런 바람이었다.
제대로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강풍을 타고 불씨는 금세 강릉 교동 터미널 턱밑까지 번졌다.
온 마을 사람들이 잠든 새벽잠에서 깬 아들이 "뒷산이 벌겋다"며 깨우지 않았다면 아마 전진한(69)씨도 화마(火魔)에 변을 당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새벽에 불이 나니까 마을 사람들도 다 자고 있었어…. 그래서 부랴부랴 뛰쳐나오면서도 집마다 문을 두드려 '불이야' 외쳤지. 근데 몇 발짝 뛰어다니지도 않았는데 불이 바로 코앞까지 번지더라니까…. 그때 못 피한 이웃들도 많이들 죽었어…."
겨우 몸만 빠져나온 전씨도 하루아침에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광경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남은 거라곤 챙겨 입고 나온 옷 한 벌이 다였지만, 그래도 전씨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겼다.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며 전씨는 다시 희망을 꿈꿨다.
그를 위해 기꺼이 소매를 걷어붙인 친구들과 직접 벽돌을 쌓아 올린 끝에 전씨는 산불 8개월 만에 저동 일대에 새 단독주택을 지었다.
부족한 돈은 아이들 이름 앞으로 들어둔 자녀교육보험비에서 보태며 마련한 소중한 새 터전이었다.
그러던 지난 11일 강릉 난곡동에서 시작된 산불로 전씨는 애써 가꾼 보금자리를 또다시 잃었다.
불길은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전씨 마을의 주택가를 집어삼켰다.
손 쓸 틈도 없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불길을 지켜보며 전씨의 억장도 함께 무너졌다.
"사실 작은 불만 봐도, 조금만 센 바람이 불어와도 마음이 늘 불안했어….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올 땐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그랬지…. 그런 게 힘들긴 해도 생활이 안정된 것만 해도 그저 좋아서 누르고 살았는데, 먹고살 만하니까 이렇게 또…. 너무 고통스러워…."
그간 농사를 지으며 생활해온 전씨는 밭이 다 타버린 탓에 앞으로의 생계마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모든 게 사라진 땅 위에서 다시 밭을 일구고, 건물을 세워 올리기엔 늙고 쇠약해져 버린 그였다.
"다 늙어서 이젠 뭐 해 먹고 사느냐"며 공허한 웃음을 보이던 전씨는 임시대피소 쉼터를 향해 힘없이 등을 돌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