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에로플로트, 에어버스 A330 1대 이란에 보내…추가 의뢰 검토
러시아·이란 항공당국, 항공기 정비 등 협력 강화 제휴
러 항공사, 제재 지속에 처음으로 이란에 항공기 수리 맡겨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제재로 항공기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 항공사가 처음으로 이란에 여객기 수리를 맡겼다고 현지 매체 등이 보도했다.

12일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과 러시아 매체 RBC 등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최대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에어버스 A330-300 여객기 1대를 착륙장치 유지·보수를 위해 이란에 보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를 인용해 이 항공기가 지난 5일 이란 수도 테헤란으로 향한 뒤 현재 그곳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보낸 여객기의 유지·보수 작업은 이란 최대 항공사인 마한 항공 소속 기술 전문가들이 맡을 예정이다.

아에로플로트 대표는 "마한 항공은 필요한 자재 기반과 광범위한 능력을 갖췄으며, 높은 수준의 (항공기)유지·보수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아에로플로트는 여객기 수리를 맡기기 전에 이란 측과 수개월 동안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 분야 정보 분석 등을 수행하는 러시아 민간업체 아비아포르트의 올레그 판텔레예프 전무이사는 "이란은 대러시아 제재를 지원하지 않으며 서방으로부터의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도 겁내지 않는다"며 "이란은 서방이 부과한 수십년간의 경제 봉쇄 기간 항공기와 항공기 부품을 수리할 수 있는 광범위한 전문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아에로플로트는 지난 1일 기준으로 서방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와 보잉 2곳에서 제조한 여객기 178대를 보유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착륙장치 등 항공기 유지보수 업무를 홍콩 항공기 엔지니어링(HAECO) 등 다른 업체들에 맡겨왔다.

이를 위해 아에로플로트는 2021년 여름 HAECO와 항공기 장비 유지보수에 관한 새로운 장기 계약을 체결했으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제재로 해당 계약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아에로플로트는 이란에 처음으로 보낸 이번 여객기 유지보수 결과를 지켜본 뒤 같은 기종 여객기 수리 등을 추가로 의뢰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전날 러시아·이란 민간 항공당국이 조종사 훈련과 항공기 정비 등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사태 후 러시아에 민간 항공기와 예비 부품, 유지보수 서비스 등을 공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항공기 임대업체들에 러시아 항공사와의 계약도 종료하도록 했다.

현재 러시아 항공사들은 서방에서 제조한 항공기를 계속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유지·보수에 필요한 대체 부품 등을 수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까닭에 러시아 항공사들이 보유 중인 보잉·에어버스 기종 여객기 등을 해체해 다른 여객기에 사용할 대체 부품을 확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 제재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외국산 항공기 부품과 자재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민간·군용 항공기에 사용할 자국산 엔진 공급 확대와 항공기 제조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