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앤몰트 수제맥주 (사진 왼쪽부터)진저063, 허니054./사진=이현주 기자
핸드앤몰트 수제맥주 (사진 왼쪽부터)진저063, 허니054./사진=이현주 기자
오비맥주가 밍밍한 라거 맥주 대신 지역 특색을 앞세운 '진한' 수제맥주로 승부수를 띄웠다. 2020년 히트를 친 '곰표맥주'의 상표권 분쟁, 지난해 116억원의 적자를 낸 제주맥주 등 수제맥주 시장이 뒤숭숭한 가운데 참신함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는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핸드앤몰트 브루랩에서 페일 에일(IPA·맥아로 만든 발효맥주) '허니054'를 공개했다. 오는 21일 용산 핸드앤몰트 브루랩 한정으로 출시 예정이다. 향후 특산품이 생산되는 지역에 한정 출시한 후 추후 반응에 따라 전국으로 판매를 확대할 수도 있다.

핸드앤몰트는 2014년 시작한 수제맥주 브루어리다. 수제맥주를 직접 생산해 1200여개 매장에 공급하고 서울 곳곳에 수제맥주 매장 '브루랩', '핸드몰트탭룸' 등을 운영 중이다.

핸드앤몰트는 올해 6종의 로컬 맥주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날 선보인 '허니054'는 국내 지역 곳곳의 우수한 특산물로 맥주를 만든다는 '로컬을 담다' 캠페인의 두 번째 시리즈. 국내 최대 아카시아꿀 산지인 경북 칠곡군에서 생산한 천연 아카시아꿀을 넣어 페일 에일의 달달한 맛을 살렸다. '054'는 지역 전화번호를 뜻한다. 지난달 내놓은 첫 번째 시리즈 '진저063'은 전북 완주 생강을 활용한 골든 에일(에일의 한 종류)로 20L 크기의 생맥주 통 20개가량이 출시 한 달 만에 완판됐다.
 신제품 '허니 054'와 페어링 메뉴 '칠곡 치즈 꿀단지'./사진=핸드앤몰트 제공
신제품 '허니 054'와 페어링 메뉴 '칠곡 치즈 꿀단지'./사진=핸드앤몰트 제공
오비맥주가 방점을 찍은 지역(로컬) 수제맥주가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는 가격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 경로는 다르지만 CU에서 판매되는 수제맥주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0년 498.4%에서 2021년 255.2%로 둔화되더니 지난해에는 60.1%로 꺾였다. 올 1분기에는 3.3%로 더 떨어졌다. GS25는 수제맥주 종류를 2018년(12종)에 비해 현재 60여 종으로 5배 늘렸고 단독 수제맥주도 출시했다. 그러나 전년 대비 수제맥주 매출신장률은 2020년 381.4%에서 2021년 234.1%, 지난해 76.6%로 감소했다. 올 1분기에는 30.1%로 집계돼 하락세가 뚜렷하다.

반면 '허니054'는 한 잔(500cc)에 8500원, '진저063'은 한 잔에 8000원에 판매된다. 단순 비교하긴 어려우나 편의점들이 수제맥주 6개 묶음을 9900~1만2000원에 판매하는 것을 감안하면 비싸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 대목.

대표 수제맥주 '곰표맥주'가 성공을 거둔 뒤 이를 모방하려는 제품들이 소비자 피로감만 자극했다는 일부 평가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제맥주가 맥주 시장에 등장해 긴장감을 주는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순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너무 다양해진 선택지가 불편할 수 있다"고 짚었다.
GS25에서 판매되는 수제맥주. (왼쪽부터) 광화문, 제주백록담, 경복궁, 성산일출봉, 남산./사진=GS25 제공
GS25에서 판매되는 수제맥주. (왼쪽부터) 광화문, 제주백록담, 경복궁, 성산일출봉, 남산./사진=GS25 제공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