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21·사진)은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데뷔전 성적만 놓고 보면 그의 ‘우상’ 타이거 우즈(48·미국)를 넘었다.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 공동 16위가 그의 마스터스 첫 성적표다. 커트를 통과한 것은 물론 ‘톱20’에 들었으니 성공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우즈는 데뷔전이던 1995년 대회에서 공동 41위에 그쳤다.

그러나 김주형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GC(파72·7545야드)에서 열린 대회를 마친 뒤 “월드컵 축구 대표팀처럼 (좋은 성적으로) 국민 여러분께 보답하고 싶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 선수로는 임성재(25)와 함께 가장 좋은 성적을 냈지만 목표로 세운 우승은 달성하지 못해 실망스러웠다는 얘기다.

그래서 자신의 첫 마스터스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말에 “10점도 안 된다”며 “잘 마무리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수가 잦았다”고 말했다.

김주형에게 이번 대회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더블 보기를 한 1라운드 15번홀(파5)이었다. 그는 벙커에서 세 번째 샷을 잘 쳐놓고도 타수를 잃었다. 김주형이 원한 곳에 정확히 떨어진 공은 악명 높은 유리알 그린을 버티지 못하고 하염없이 굴러 물에 빠졌다. 이 홀에서 파를 잡았다면 ‘톱10’도 가능했다. 그랬던 15번홀에서 김주형은 마지막 날 이글을 잡아내며 설욕했다. 두 번째 샷을 홀 옆 약 2m 지점에 붙이는 완벽한 샷을 구사했다. 김주형은 “오늘 15번홀 이글은 하이브리드로 쳤는데 칠 때부터 느낌이 좋아 공이 홀에 붙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대회 기간 내내 ‘톱스타’ 대우를 받는 등 김주형에겐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던 무대였다. 김주형은 연습 라운드에서 우즈,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 스코티 셰플러(27·미국) 등과 연습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전년도 우승자나 우승 후보들만 부르는 대회 전 공식 기자회견에도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김주형은 “항상 TV에서 보던 마스터스에 나가고 싶었는데, 와서 쳐보니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