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배드캅' 폰데어라이엔은 투자협정 재검토 의향 확인"
"마크롱 방중 기업수행단 20여건 계약…광저우서 추가 전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유럽의 '단합'을 보여주고자 함께 중국을 찾았지만, 마크롱이 경제 실리를 챙기는 와중에 중국에 대한 공세는 폰데어라이엔이 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 기업 수행단이 현지에서 20여건의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보도했다.

전날 에어버스는 중국에 여객기 최종 조립을 위한 두 번째 생산라인을 세워 중국 내 생산능력을 2배로 키운다고 발표했다.

또 엘리제궁에 따르면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중국핵전집단공사(CGN)와 장기 파트너십 갱신에 합의했다.

EDF와 CGN은 나란히 양국의 주요 원자력 발전 운영사다.

EDF는 또한 중국에너지투자집단공사와 해외 풍력발전 프로젝트에도 합의했다.

이와 함께 중국 돼지고기 시장이 프랑스 양돈업계에 개방되며, 알스톰은 청두에 전기 견인 시스템을 공급하고, 해운회사 CMA CGM은 중국 국영회사 두 곳과 바이오연료 계약을 체결했다.

SCMP는 "이 같은 계약 체결은 프랑스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축소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다"며 "7일 광저우에서 추가 계약이 성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프랑스 관리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광저우의) 놀라운 장소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비공식 만찬을 대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SCMP는 "관리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좋은 경찰'(굿 캅),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나쁜 경찰'(배드 캅) 역할을 한다는 관측을 무시했지만, 경제적 불만, 인권, 대만해협 긴장을 포함한 유럽·중국 관계에서 까다로운 부분들은 폰데어라이엔에게 맡겨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마크롱과 폰데어라이엔의 동반 방중에 대해 두 사람이 중국을 상대로 회유와 압박이라는 '굿 캅, 배드 캅' 작전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마크롱 방중 기업수행단 20여건 계약…광저우서 추가 전망"
SCMP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시 주석과 회동 후 베이징 EU 본부에서 취재진에게 자신이 시 주석에게 EU 기업들이 중국의 경제 관행에 질려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주중 EU 기업들이 일부 분야에서 불공정 관행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면서 시 주석과 직접 논의는 하지 않았지만 EU가 중국·EU 포괄적 투자보호협정(CAI)을 재검토하길 원한다고 확인했다.

이어 "우리는 10년 전 CAI 협상을 시작했고 2년 전 결론을 내렸다.

그 이후 많은 일이 일어났고 우리는 그 기간 중국에서 EU 기업들의 시장 접근이 훨씬 악화했음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방중에 앞서 지난달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중국에 대한 EU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면서 CAI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는 등 대중 강경 입장을 표명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또한 자신이 시 주석에게 "중국에서의 인권 상황이 악화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깊은 우려를 표했다"며 "특히 신장의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과 관련해서는 "현상 변경을 위해 무력 사용 위협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싱크탱크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의 마크 쥘리앵은 SCMP에 "마크롱은 폰데어라이엔을 중국에 데려감으로써 유럽의 단합과 프랑스의 유럽 지도력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그러나 결국 마크롱은 무역 적자, 대만해협의 안정, 인권 같은 중요한 문제는 다루지 못했고 대신 경제 교류의 심화만 촉진했다.

반대로 폰데어라이엔은 큰 자신감을 보이며 시진핑 상대로 어떠한 의제도 회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로디엄의 중국 부문 편집자 노아 바킨은 "폰데어라이엔이 중국이 야기하는 위험 제거를 강조하는 와중에 마크롱은 무역·투자의 장벽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크롱이 수출 통제 강화나 해외 투자 제한 필요성을 받아들인다는 징후는 없으며 그는 자신의 전략적 자율성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함으로써 시진핑을 안심시킬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한 마크롱과 폰데어라이엔은 중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지만 "시진핑으로부터 분명한 양보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