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말라가 달군 카예하 전시
카예하, 팬 260명 특별초청
거리엔 전시 현수막 나부끼고
시내버스에도, 레스토랑도…
눈길 닿는 곳마다 그의 작품
보는 작품마다 '와' 감탄사
2월의 어느 날. 세계 각지의 카예하 애호가와 작품 소장가들은 그의 스튜디오가 보낸 ‘검은 봉투’를 받았다. 봉투에는 작가의 반려묘를 캐릭터화한 ‘Mr. Gunter’로 꾸며진 초대장과 종이인형이 동봉돼 있었다. 작가는 일본과 캐나다 미술관에서 개인전 ‘Mr. Gunter. The Cat Show’를 성공리에 마치고, 그의 고향이자 마지막 순회지인 말라가에서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내 곳곳의 레스토랑과 상점은 물론 초대객들이 묵을 호텔 이곳저곳에 사랑스러운 눈을 가진 카예하의 창조물들이 뿜어내는 해피 바이러스가 가득했다. 호텔 방에 준비된 모든 어메니티와 소품엔 Mr. Gunter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탁자 위에 놓인 말라가 지방 신문의 오늘 자 1면. 페이지 전체에 카예하의 드로잉과 전시 소식이 등장했다.
말라가 중심가 도처에서 카예하의 손길을 느끼며 전시가 열리는 우니카하재단 문화센터(Fundacion Unicaja)로 향했다. 재단이 상주하고 있는 곳은 대성당 옆에 자리한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주교관 건물로, 말라가 주요 역사 건물 중 하나다. 18년 전 다른 미술가들의 전시 설치를 돕는 일을 하며 언젠가 유서 깊은 이곳에서 자신의 전시를 올리리라 마음먹었던 젊은 예술가의 꿈이 마침내 실현된 순간이었다. 이 전시 및 이벤트를 위해 95명의 스태프와 17개의 기업이 참여했고, 209점의 회화와 조각, 드로잉, 한정판 아트 토이 등이 7개국에 있는 20개의 컬렉션에서 특별히 대여됐다.
해외 및 스페인 유명 인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재단 건물 안마당에는 등신대의 Mr. Gunter 조각이 방문객을 반겼다. 팝문화의 최전선, 귀엽기 그지없는 창작물들과 웅장한 바로크 양식 천장화가 만들어내는 간극은 전시를 더 극적으로 보이게 했다.
카예하의 갤러리스트 시지 난주카는 한 인터뷰에서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말라가가 하비에르에게 자유분방하고 유연한 정신을 준 것 같다”고 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개방적인 그의 예술은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적’이기보다는 ‘말라가적’이다. 파블로 피카소가 유년 시절을 보내며 예술혼을 키운 곳, 카예하가 모두를 위한 아트를 꽃피워낸 곳, 퐁피두센터와 피카소미술관을 비롯해 열 개가 넘는 순수 미술 기관이 존재하는 문화도시 말라가에서 미적 감각을 드높이는 여름 바캉스를 보내는 것은 어떨지. 작가의 전시는 오는 9월 6일까지 이어진다.
말라가=손혜정 아트 어드바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