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털 문제 극복하려 안간힘…아버지 격려에 자신감 ↑
개막 후 연일 불방망이…4안타 경기에 홈런까지
'부활한 거포' 김동엽 "엄격하던 아버지…따뜻한 한마디에 울컥"
2017년과 201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22홈런, 27홈런을 터뜨린 거포 김동엽(33)은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된 뒤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적 첫해인 2019년 60경기 출전에 그치며 타율 0.215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2020년엔 타율 0.312, 20홈런을 치며 부활하는 듯했지만, 이듬해 다시 주저앉았다.

개막을 앞두고 다친 활배근 여파가 컸다.

부상은 멘털도 흔들었다.

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김동엽은 "자신감이 완전히 무너졌던 시기"라고 말했다.

몸 상태를 회복한 뒤에도 김동엽은 좀처럼 재기하지 못했다.

그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고 했다.

삼각 트레이드 상대 선수였던 이지영(현 키움 히어로즈), 고종욱(현 KIA 타이거즈)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컸다.

과거 수술을 받아 약해진 오른쪽 어깨 문제도 김동엽의 발목을 잡았다.

외야수 김동엽은 송구에 문제를 드러냈다.

그는 수비 송구 문제를 이겨내기 위해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김동엽은 왼손 송구 훈련을 중단했다가 최근 다시 시작했다.

김동엽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동엽은 "멘털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며 "별의별 노력을 다 기울였다.

몇 년 전엔 필라테스를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활한 거포' 김동엽 "엄격하던 아버지…따뜻한 한마디에 울컥"
김동엽의 멘털 회복은 선수 본인뿐만 아니라 삼성 구단의 큰 숙제이기도 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김동엽이 부담을 내려놓길 바랐다.

박 감독은 올 시즌 개막 전 김동엽을 지명타자로 고정하며 수비 부담을 줄였다.

타격폼 수정도 만류했다.

박진만 감독은 "김동엽은 불안한 마음이 큰지 타격폼을 수도 없이 수정했다"며 "올 시즌을 앞두고 고정된 타격폼으로 정립한 이유"라고 말했다.

김동엽은 조금씩 부담을 내려놓는 눈치다.

그는 "일단 수비 생각은 하지 않고 있고, 타격폼도 어느 정도 완성했다"며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타격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엽은 무엇보다 아버지의 따뜻한 한마디가 멘털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김상국 전 천안북일고 야구부 감독)는 매우 엄격했다"며 "어렸을 때부터 칭찬보다는 꾸중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최근 아버지가 즐겁고 편안하게 하라고 따뜻한 말씀을 해주시더라"라며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분이 아닌데, 많이 울컥했다.

아버지의 말씀 한마디가 집중력을 찾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김동엽은 지난 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4일 인터뷰를 마치고 출전한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 3회에 상대 선발 펠릭스 페냐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3-3 균형을 깨는 결승 역전 홈런이었다.

그는 "그동안 출전 기회가 적어서 아버지가 경기장을 많이 못 오셨다"며 "이제는 많은 경기에 오실 수 있게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